[인재가 경쟁력이다] 글로벌 전문가를 잡아라

기업들이 '사람'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래의 승리를 담보하는 것은 결국 직원들의 능력이라는 판단에서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돌파하는 방법을 '인적 자산'(human asset) 확충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시동은 대기업들이 걸었다.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우수 인재 확보' 방침을 밝히면서 재계 전반에 인재가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재 경영'이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인재 찾기와 인재 기르기다. 외부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방법과 교육 및 연수 강화로 기존 사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기업은 외부 인력 스카우트에, 그렇지 못한 기업은 사원 역량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어떤 경우든 기존 사원들의 사기저하라는 악영향을 초래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삼성은 미래 경쟁력의 원천을 우수 인재 확보에서 찾으라는 이건희 회장의 말을 새로운 아젠다로 삼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은 최근 세계각국 우수인재의 국적불문 채용 핵심인력의 글로벌역량강화 재능있는 인재의 조기양성프로그램 제공 등을 중장기 인재전략의 3대 과제로 정해 단계별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 현재 1만1천명인 석.박사급 인력을 매년 1천명씩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LG는 사내 양성과 해외 및 외부 스카우트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EMBA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1백35명의 핵심인재를 길러 왔다. LG전자의 경우는 해외 각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LG화학은 글로벌 식견을 갖춘 MBA 등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주 및 유럽 등지에 '타겟 리쿠르팅' 및 '글로벌 리쿠르팅'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다. SK는 '글로벌한 안목과 능력을 갖춘 패기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적극적인 인재 육성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 80년대부터 신입사원에 대해 해외 전지훈련을 실시해 왔다. 해외 MBA 과정, 석.박사 과정, 미국 국제경영대학원 위탁 교육 등을 통해 임직원들의 국제화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9백명의 각 부문별 리더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술경영 마케팅 생산경영 구매자재 금융.회계 인사조직.전략기획 등 6개 핵심 부문에서 글로벌 전문가를 육성할 계획이다. 주요 기업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면서 주요 기업 사장들에게는 인재 확보가 주요한 경영활동의 하나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진대제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이 최근 실리콘밸리를 방문, 10명 안팎의 디지털 관련 전문가들을 직접 뽑았다. 대대적인 인력 스카우트 작업을 진행중인 삼성SDI의 김순택 사장은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정신으로 우수 인재 확보에 열중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사업상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때 스탠퍼드대 전자공학과 교수들을 만나 LG전자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면서 우수 인재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등 인재 확보에 직접 나서고 있다. 김동진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달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 상위 18개 대학 출신 석.박사급 지원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미국 여러 도시를 순회하기도 했다. 우리 기업들이 이처럼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추세다. 사람을 비용 개념이 아니라 미래의 발전을 담보하는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GE 모토로라 등 선진 기업들처럼 인적자원에서 미래 경쟁력을 찾으려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경제의 침체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우수 인재들이 세계적으로 많은 시점이어서 인재 확보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는 실리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 김기령 박사는 "구조조정기나 경기침체기는 인재확보를 위한 프리미엄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인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