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호스피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대부분 엄청난 육체적 고통에 시달린다. 더욱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극심한 심리적 혼란에 빠진 채 가족을 비롯한 주위사람을 괴롭히거나 자신의 생을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다. 호스피스(hospice)는 바로 이런 말기환자에게 '가능한한 안락하고 충만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돌보는 활동'(미국호스피스협회) 또는 그같은 일을 하는 기관을 뜻한다.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돕고 고통을 덜어줌으로써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라틴어 'hospes'(host와 guest의 합성어·손님을 돌보다) 또는 'hospitum'(사랑방)에서 유래된 것으로 1815년 아일랜드 더블린 자비수녀원 수녀들이 길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데려다 임종준비를 해준 게 시초라고 한다. 영국에선 이처럼 종교적 차원에서 비롯됐지만,미국에선 60년대 중반 말기환자에 대한 병원의 비인간적 처우와 기계적인 생명관에 대한 대안으로 시작됐다. 일본에선 73년 노인복지법 개정 이후 노인층의 병원 사망 증가로 인한 의료비 증대가 심각해진 가운데 건너온 호스피스철학에 영향받아 확산됐다. 국내에선 63년 강원도 강릉 마리아의 작은자매회 수녀들이 갈바리아 의원에서 처음 실시한 뒤 80년대초 서울 강남성모병원을 중심으로 조금씩 늘어났다. 도입된 지 40년이나 됐고 92년엔 한국 가톨릭 호스피스협회도 창립됐지만 대상자 선정기준과 전문인력 자격,시설기준 등이 표준화되지 않은데다 수가 인정 등 재정적 뒷받침이 안돼 제대로 발전되지 않았다. 연간 암사망자 5만8천여명 가운데 겨우 2∼5%만 호스피스 서비스 혜택을 받는다고 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마침내 '호스피스'제도가 법제화된다는 소식이다.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운영돼온 호스피스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호스피스 전문병원을 지정하고 호스피스 건강보험 수가를 신설하는 등의 '호스피스제도 도입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호스피스 사업이 활성화되면 말기암환자의 임종전 의료비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현 의료체계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조차 종합병원에서 의미없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장기간 입원에 따른 경제력 상실로 가정에 방치되는 실정이다. 법제화로 호스피스 제도가 확산돼 의료비 낭비는 물론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없었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