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外風)이 잦아들 때까지

해외증시에 흔들리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이중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하반기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약화된 모습이다. 뉴욕증시는 어딘지 모를 바닥 확인에 시간을 보내고 있고 외국인은 연일 매도공세를 퍼부으며 수급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증시는 4개월 음봉 출현과 함께 지난해 미국테러 이후 형성된 대세상승 기조가 꺾이면서 지지선 찾기에 급급하다. 최근 증시 급락과 국내기업의 양호한 실적을 비교하면 종합지수 700선 이하는 엄연한 저평가 수준으로 가격메리트가 증가하고 있다. 추가 하락공간은 넓지 않다. 다만 해외 리스크로 인해 ‘만성적인 저평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낙폭과대 논리와 더불어 반도체 가격 반등과 환율상승 등이 반등 모멘텀을 제공할지도 관심이다. 시스코의 긍정적 실적 발표 기대와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에 따른 6일 미국 시장의 반등이 나왔지만 기술적 반등은 기술적으로 대처하자. 뉴욕증시 안정과 외국인 매도세 진정이 확인되는 시점까지 시장대응을 늦추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의 영향력이 낮은 중소형 실적주와 낙폭이 과대한 수출관련주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이 유효하다. 바이오, 건설, 인터넷 등으로 빠르게 돌고 있는 순환매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 희석된 기대감 = ‘속도가 문제일 뿐 경기회복 기조에는 이상이 없다’. 지난 4월 이후 진행된 증시조정에서도 대세상승을 받쳐오던 논리가 희석되고 있어 하반기 경제와 증시전망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국에서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연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까지 줄줄이 발표된 소비, 제조, 고용관련 경제지표가 기대를 낮춘 예상치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경제의 ‘더블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중 최저수준을 달리고 있는 뉴욕증시는 당분간 바닥확인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된 이후 오는 13일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 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수정 재무제표 제출 마감시한인 14일까지 등락을 거듭할 공산이 크다. 한편 국내에서는 선행 지표 역할을 담당하는 전경련의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크게 악화돼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이 크게 위축됐음을 알리면서 증시하락을 부채질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5%에서 6% 안팎으로 낮춰 잡았다. 미국 경제상황이 갈수록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면서 국내경제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다고 박승 한은 총재는 설명했다. 미래에셋전략운용센터 이종우 실장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악화된 가운데 뉴욕증시의 움직임은 더블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선방영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며 “국내증시의 대세상승 기조가 꺾인 상황이어서 추세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추세적 외국인 매도 우려 = 최근 증시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뉴욕증시 약세를 배경으로 한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있다. 6일 외국인은 닷새 연속 매도우위를 나타내며 사상 최대규모인 3,759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6주만에 재개된 뮤추얼펀드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전방위 매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에 나선 삼성전자를 비롯, LG전자, 하나은행, 신세계, 휴맥스, 현대차, LG홈쇼핑 등 업종구분 없이 비중 축소에 주력하고 있는 것. 문제는 이 같은 외국인 매도세를 받아낼 매수주체가 없다는 점. 연중 최저 수준을 나타낸 매수차익잔고에 힘입어 프로그램 매수가 대량 유입되기는 했지만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수급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또 외국인 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외국인 매도는 뉴욕증시 급락에 따른 환매요구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시작으로 외국인 매도 규모가 더 확대됐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외 증시 여건을 감안할 때 외국인이 추세적인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옵션만기를 앞두고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왔지만 당분간 수급악화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삼성증권은 외국인 매도의 성격변화에 주목했다. 미국 경제성장 전망 하향조정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자 채권시장 호황을 염두에 둔 주식과 채권의 자산배분 수정차원의 성격이 크다는 것. 국내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가 미국에서의 자산배분 수정차원인 경우 미국 경제에 대한 성장기대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당분간 외국인의 매도공세는 지속될 것으로 삼성증권은 전망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