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월드컵 정신 어디갔나 .. 韓駿相 <연세대 교수.교육학>

한반도가 다시 소음과 오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원지 강변 해변 곳곳에 널려있는 쓰레기들이 그렇고,고성방가가 그렇다. 또 파출소마다 취객들의 난동 때문에 민생치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월드컵 축제기간 보여줬던 그 선진문화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수백만의 국민이 빨간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쏘다니게 만들었던 그 응집력,불상사 하나 없이 깔끔하게 치러진 성숙한 그 응원 에너지,쓰레기를 깨끗이 치워내던 그 시민정신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지도자 정신을 이야기할 때 으레 들먹였던 히딩크의 리더십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일상은 다시 그저 그런 식으로 더럽혀지고 있는데도,광고들은 월드컵으로 평상심을 잃어가고 있다. 월드컵 경기가 끝난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그 모양,그 타령이다. '아- 대한민국'을 얹기만 하면 장사가 된다고 치부하는 그 나태함에 그저 놀랄 뿐이다. 월드컵 4강 진출을 우려먹어도 너무 우려먹는다 싶은데도 그 타령들이다. 이러다간 '필승 꼬레아'가 크리스마스 캐럴로 이어나갈 태세다. 상황은 그저 그런데도,그런 식의 월드컵 열기에 대한 일부 정신분석학자들의 진단은 꽤 안이하다. '월드컵에 열광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대중들의 거대한 욕구 표출이기 때문에 그대로 놔둬도 괜찮다'는 표정들이다. 국민의 정서를 불륜과 외도의 정반대에 서있게 만든 긍정적 일탈이 바로 월드컵이었기에 그대로 놔둬도 별 탈이 없을 것이라는 식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축제는 그야말로 '광기의 장'이다. 브라질에서도 그렇지만 축제기간에는 광기서린 일들이 수없이 분출된다. 훌리건도 다 그런 유형의 일탈들이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우승 축제기간에도 여러 명이 죽었다. '축제기간에는 늘 그런 것'이라며 일상적인 일로 치부한다. 그들이 반사회적인 광기서린 나라들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축제를 '억눌려 있던 국민들의 정서를 분출시키기 위한 안전장치'로 활용하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상을 거부하는 '광기서린 사람들'을 축제기간 문화적으로 사면해 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쉽게 허용될 수 없는 광기나 일탈들을 축제 속에서 만큼은 허용이 가능한 일상적인 사건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다음의 일상사에서 나타날 광기를 사전에 예방,차단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일상생활에서 억눌렸던 감정,자제했던 정서들이 한꺼번에 분출되게 마련이다. 쓰레기더미며,이런 저런 사고들이 축제기간에는 즐비하게 마련이다. 그리고는 축제 마감과 동시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질서있는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우리에게 이번의 월드컵 축제는 그들과는 정반대의 국민훈련기간이었다. 축제기간 저들과는 달리 우리는 '클린 대∼한민국(Clean Korea)' 바로 그것이었다. 길거리마다 동네마다 깨끗했던 축연의 한마당이었다. 6백만명이 넘는 인파가 길거리에 넘쳐났는데도 큰 사고 하나 발생하지 않았던 우리다. '세이프 꼬레아(Safe Corea)'바로 그것이었다. 이 모두가 임시변통이자 국가적인 쇼였다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네 삶이 매일같이 광기와 일탈로 짜여져 왔기에 축제기간 만큼이라도 정리정돈된 모습을 저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집단최면의 결과였다면 모두가 부끄러운 노릇이다. 최면에서 깨어나 일상으로 되돌아오면서 그 옛날 일탈과 광기들도 뒤따라왔다면 정말로 속상한 일이다. 사무실에서 해수욕장의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수북하게 쌓여가는 쓰레기,연이어 터지는 사고들…. 이 모두가 우리들의 광기서린 일상사라면 정말로 곤란하다. 이런 광기들로 매일매일을 살아 갈 수는 없다. 앞으로 본격 실시될 주5일 근무제를 이러한 광기의 분출구로 만들게 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 없다. 다시 월드컵 축제의 그 클린 정신,세이프 정신의 공중도덕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그 시작이 그렇게 어려울리 없다. 바캉스 길에 먼저 쓰레기 치우는 법이라도 제대로 배우는 것이 바로 월드컵 정신으로 되돌아 가는 첫걸음이 될터이다. john@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