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外投기업들의 주5일제 조건

주한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주5일 근무제의 성급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한경 8일자 보도)는 주목할 만하다. 지금의 근로조건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주5일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2백22개 조사업체의 10.6%에 불과한 것도 그렇지만 '5일제 자체에 반대'(12.0%),'시기상조'(28.7%)에 이어 '근로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48.7%에 달하는 것은 외국인 기업들의 주5일제에 대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단순히 외국기업들도 주5일제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 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제안하는 주5일제의 방식,즉 '어떤 주5일제여야 하는가'에 대한 보다 진지한 검토들이 밀도있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구체적 설계 없이 총론부터 기정사실화 해놓고보자는 식으로 이 문제가 처리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이번 조사결과는 바로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총휴일수에 대한 논란부터가 그렇다. 설문에 응답한 외투기업들은 주5일제를 도입하더라도 선진국의 평균 총휴일수 1백26.8일을 결코 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노사정위안의 1백36∼1백46일보다 10일에서 20일이나 크게 낮은 휴일수다. 국제비교에 익숙한 외투기업들이 이처럼 많은 휴일수를 환영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초과근로 할증률에 대한 시비도 마찬가지다. 노측이 50%를 유지해줄 것을 요구하는데 반해 외국인 기업들은 OECD기준인 25%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차이가 크다. 선진국형 40시간제를 도입하는 마당에 개발연대의 장시간 근로를 보완해주는 장치였던 '50% 할증률'을 그대로 안고가야할 이유가 없다는 외투기업의 지적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본다. 주5일제가 도입되더라도 생산성에 별 변화가 없고 심지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이 81.7%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는 놀라울 정도이고 임금 등 총비용이 평균 12.8%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물론 이같은 지적이 외국인 기업가들로부터 나왔다고 해서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적을 옮겨가며 국가별 코스트를 따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외국기업들이 제기한 문제라는 점에서 이들의 지적은 경청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명분과 총론에 쫓긴 의약분업이 초래한 숱한 혼란과 부작용을 경험하고도 다시 정밀한 자료조차 없이 주5일제를 추진하는 정부를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