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짧은 시 한편 외우기 .. 金異然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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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번쯤은 멋진 여행을 하고, 또 한 달에 한 편 정도 아름다운 시를 발견하고, 그리고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본다면.
거기에 덧붙여서 1년에 서너 번 좋은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눌 여유를 가진 사람이면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자기가 가진 돈이 얼마만큼인지,지위의 높낮이가 어떤지,그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천하에 돈을 마음대로 주무르던 재벌도,그 이름 있던 스타도,집권자도 허둥지둥 세상을 헤엄쳐 다니다가 그 어느 것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아쉽고 억울한 표정으로 세상을 떠났다.
요즘 자주 보는 세상 일 한가지.
자기가 가진 것보다 하나 더 가지기 위해 자기 마음도 다치고 가까운 사람들을 해치면서 추한 모습을 다 드러내고 망신당하는 사람을 흔히 본다.
세상에 이루어 놓은 일도 많고 누릴 만큼 누리고 멋지게 살아온 사람인데 무척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한가지 더 가지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고기 뼈를 입에 물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던 개가 물 속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그 뼈가 탐나서 물어 올리려다 물고 있던 것마저 떨어뜨렸다는 우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어디서든지 교훈은 얻을 수 있다.
하루종일 걸어가서 금을 긋고 올 수 있는 만큼의 땅을 가지라는 말에,너무 욕심을 부려 멀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채 땅에 엎드려 죽은 남자를 성경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보고 듣는 세상의 모든 일들이 성경 속의 그 남자가 하던 짓과 같은 것 아닐까.
며칠 전 영국의 왕세자가 왕위를 받지 않겠다고 말한 해외 뉴스를 보았다.
그들의 생활은 유리상자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고,그들의 모습은 밀랍 인형처럼 숨을 쉬는지 움직일 수 있는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부자유스럽고 힘든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아무리 그들을 이해하려 해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보통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프리카 케냐에 가면 수많은 부족이 살고 있다.
그 중에서 오지에 사는 한 부족은 먹을 것도 없는 초원의 한 구석에서 굶어죽지 않으면 짐승들한테 잡혀 먹히기 일쑤인 삶을 살아간다.
그 곳을 벗어나 도시로 가면 일자리도 얻을 수 있고 먹을 것도 얻을 수 있는데도 그들은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굶어죽으면 죽는 대로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들이 바깥세상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기 때문도 아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그곳에 들어가 밖으로 나가길 설득해도 듣지 않는다.
하루에도 어린아이들이 한두 명씩 굶어죽는 슬픔을 겪으면서도 견디어낸다.
죽은 아이를 안고 울다가 배우는 것,그것은 죽음은 사람이 관장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국의 왕손이 소원하는 것과 케냐 오지의 한 부족이 소원하는 것은 같은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는 아주 단순하고 순수한 소망이다.
오늘이 말복이니까 이제 여름더위도 꼭대기에 오른 것 같다.
더 이상 여름휴가에 대해서 고민할 사람은 없다.
아직도 피서를 못간 사람은 잠시 짬을 내 가까운 곳에 가서 식구들끼리 하루 이틀 지내다 오면 된다.
그것도 맥빠지고 싫다면 극성스런 매미소리에 묻혀서 낮잠을 푹 자면서 며칠 쉬는 것도 멋진 피서가 될 것이다.
영국의 왕손들이나 조선시대의 왕족들이 그토록 소원하던 보통사람들의 행복,자연스런 삶의 행복을 지닌 우리들이 바랄 것이 더 있다면,그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일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내가 감사할 일이 무엇인지 마음속에 적어본다.
베란다에 서면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집에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벽에 걸려있는 한 장의 푸른 그림을 보며 즐거웠던 아프리카 여행에 감사한다.
'산은 홀로 있어도 슬퍼하지 않는데/나는 비만 와도 주막에 있다'
K시인의 두 줄 짧은 시를 발견한 것에 감사하고,이번 토요일 오후엔 초등학교 옛 친구 몇 사람을 만나서 생맥주 마실 약속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90이 가까운 어머니가 밝은 창가에 앉아서 신문을 읽고 계신 모습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