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추진 출발부터 '삐걱'..김원길 준비위원장 사의

민주당의 신당 추진이 벽두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김원길 신당창당준비위원장이 선임 이틀 만인 12일 최고위원 회의가 추진위의 위상을 실무기구로 격하한 데 반발해 위원장직 사의를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신당의 성격과 참여 대상 등에 대한 밑그림이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자민련의 신당 참여에 대해 처음으로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원길 위원장은 신당의 정체성으로 '개혁'이 아닌 '중도 보수'를 제시했다. ◆김 위원장 사퇴 안팎=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신당 창당의 추진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진 직후 준비위 위상 문제로 논란을 빚자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준비위 위상이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신당의 정체성과 국민경선제 도입 언급에 대해 일부 최고위원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최고위원은 "실무 준비를 맡은 위원장이 도를 넘는 얘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준비위의 기능이 외부 인사 영입 등은 배제한 채 정강·정책 등을 만드는 데 국한된다면 내가 맡을 필요가 없다"며 "정치생명을 걸고 뛰어들 가치가 없다면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신당 논의가 실망스럽다"며 "외부 인사 없이 정강·정책을 어떻게 만드느냐.(당 지도부가) 실제 일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퇴 파동은 신당 창당을 둘러싼 계파간 불신과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신당을 추진하는 과정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신당 추진 방향=신당은 민주당과 자민련 한국미래연합 민국당 등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의 4개 당과 정몽준,이한동 의원 등 무소속 인사들이 참여하는 '5자 연대'가 핵심이다. 이른바 '반창(反昌·반 이회창 후보) 연합전선' 구축이다. 노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민련의 신당 참여 문제에 대해 "그건 부수적인 것"이라며 "신당 프로그램은 경선의 성립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정체성을 들어 자민련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데에서 한발 후퇴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신당의 정체성과 관련,"우리나라는 대개 '중도 보수' 또는 '중도'"라며 "중도 노선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가 주장해온 개혁신당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수 색채의 자민련과 한국미래연합 민국당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창당 방식은 민주당 일부 세력이 나가 외부 인사와 함께 신당을 만든 뒤 민주당과 합당하는 형식이 제시됐다. 민주당은 교수나 중견 변호사,벤처기업인,중소기업인,문화인,예술인 등도 '수혈' 대상으로 삼아 적극 교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재창·윤기동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