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왜 동북아 물류중심인가?..宋熙秊 <동북아국제통상대학장>

宋熙秊 로지스틱스(logistics:물류)산업은 지난 8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미미한 업종이었다. '지식기반산업'이라기 보다는 '노동집약적 산업'으로,기업의 부가가치 창출면에서나 국가경영면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산업이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정보산업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물류산업은 지난 15여년 동안 통신산업과 더불어 '첨단 IT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최근들어 글로벌 물류환경은 크게 변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또한 제품의 수명주기가 급속도로 짧아지고 있으며,소비자들의 취향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수요패턴이 완전히 파악되는 시점까지 제품의 최종 완성을 연기하는 전략(postponement strategy)을 구사함으로써 '최고의 경쟁력'과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추세이다. 그러므로 21세기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가장 경쟁력있는 다국적 물류기업인 소위 '빅4 기업' 혹은 '물류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DHL,Fedex,UPS,TNT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에 위치하고자 한다. 고부가가치 창출 기업들은 원자재를 조달하는 것에서부터 생산제품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갈 때까지의 모든 연결 사슬을 한 업체가 관리해 주는 이른바 '공급사슬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능력을 갖춘 빅4 글로벌 물류기업의 서비스를 받음으로써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원자재 및 완제품의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세계 주요 지역별로 이른바 '지역 물류센터(RDC:Regional Distributior)'를 설치하고 있다. 이는 유럽 물류센터의 혁신적 성공사례에 따라 북미주지역과 아시아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남아의 물류센터'인 싱가포르의 경우 연간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약 1백억달러에 달한다. 이것은 제주도 3분의 1 규모의 국토와,4분의 1 규모의 인구를 가진 작은 도시국가로는 대단히 큰 것이다. 이 투자액의 대부분이 제조업에 투자되며,약 20%만이 물류업에 투자되고 있다. 이는 첨단 물류시스템의 확보와,빅4 기업을 유치한 지역물류기지의 설치가 얼마나 능률적으로 다국적 고부가가치 첨단 제조업을 유치하고 있는가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한반도는 '동북아의 물류중심국가'가 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는가? 이는 물론 지리적인 위치로 보나 경제발전 단계로 볼 때,동북아지역의 물류거점으로 발전하기에 최적지다. 더욱이 중국의 빠른 성장과 부족한 물류 SOC와 정보시설을 감안할 때,부산과 광양, 그리고 인천∼시흥∼평택으로 이어지는 경기만 일대는 동북아 물류기지로 적합한 지역이며,배후지역의 대규모 공단들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들이 유치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물류중심국가'가 되는 데는 다국적 물류기업인 DHL,Fedex,UPS,TNT 등 빅4 기업들이 물류의 종합서비스를 위해 한국에 진출해야 하며,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여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시장질서의 확립 △투명한 기업과 경영 분위기 △노사평화의 정착 △최소한 3개국어에 능통한 통상 및 IT인력의 확보 △외국인 포용적 열린 문화의 정착 △쾌적한 생활환경 △최신 수송·통신인프라 확보 △첨단 및 문화산업의 발전 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8가지 전제여건들을 앞으로 5년여의 짧은 기간 내에 충족시킬 수 있을까? 만일 국토의 일정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고,그 지역에 전제여건들을 집중적으로 조성하는 이른바 '새판 짜는'일을 서둘러 계획하고 실천한다면,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안에 동북아 물류중심기지를 '선점(先占)'하고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adihysong@keb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