轉用허가 싸고 민원 폭발 .. 정부선 정책만 내놓고...

경기도 양주군 가업리에 1백20평 규모의 농지를 갖고 있는 이모씨(48)는 최근 농업진흥구역 내 농지를 창고 부지로 활용하기 위해 양주군청에 전용 허가를 신청했다가 반려당했다. "농지법상 전용이 안되는 집단화된 농지"라는게 군청의 답변이었다. 이씨는 "담당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허가하지 않았다"며 양주군청을 상대로 '농지전용허가신청 불허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이씨는 소장에서 "군청이 전용 거부 이유로 내세운 '집단화된 농지의 규모'는 농림부 장관이 정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농지법 시행규칙에 그 규모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농지 전용이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필요한 실수요 전용도 거부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최근 들어 정부가 농업 개방에 대비해 농지를 푼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농지 전용 신청이 봇물이 이루고 불법.편법 전용이 기승을 부린다"면서 "중앙 정부는 농지 10% 정도를 전용한다는 식으로 발표만 불쑥 해놓고 일선 행정에 대한 뒷받침은 전혀 해주지 않고 있어 지자체만 민원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 정부 정책발표만 앞서고 실무행정은 '나몰라' =올들어 농지 전용이 쉬워진다는 소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농지에 투기자금이 몰려 수도권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자유로 주변의 농지는 전반적으로 30% 이상 값이 뛰었다. 이 바람에 농지 전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불법.편법 전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선 공무원들은 "농지 주인들은 농지 전용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불법 전용 후 버티면 된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농지 전용을 둘러싸고 일선 지자체와 지주들의 갈등이 극심하다. 양주군의 경우 이씨 소유 농지 인근을 '집단화된 농지'라고 판단했지만 명확하게 규정된 법령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이씨는 "인근에 이미 전용돼 창고나 주택지로 개발된 곳이 많고 묘지도 산재해 '집단화된 농지'로 볼 수 없다"고 군청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현행법은 농지를 전용할 때 △전용목적 사업에 비춰 전용하고자 하는 농지면적이 적정한지 △농업생산 기반이 정비돼 있거나 집단화돼 있어 농지로서 보전가치가 있는지 △사업계획 및 자금조달 계획이 전용목적 사업의 실현에 적합하도록 수립돼 있는지 등을 따진다. 하지만 세부사항까지 명시돼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 박석두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허가 과정에서 공무원의 자의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도 "현행 규정은 너무 모호해서 불허가 판정이 날 때마다 민원인은 행정의 횡포라고 불평하고 담당 공무원이나 농지관리위원회는 그들대로 곤혹스러워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용 허가를 내줄 경우 '특혜시비'가 일기 때문에 일부 일선 공무원들은 '일단 불허'하고 보자는 식으로 경직된 행정을 펴는 것도 사실이다. ◆ 정부 정책과 일선 행정의 혼선이 불법 전용 부추기는 꼴 =지난해 적발된 농지 불법 전용 건수는 3천9백54건으로 2000년보다 1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일주일간 농림부가 지자체와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1백31건의 불법 전용을 적발했다. 한국부동산컨설팅의 정광영 대표는 "농지 규제를 부당하게 막는 것도 문제지만 무분별하게 농지가 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행규칙 등 세부규칙에 전용 심사기준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철.임상택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