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제1주제 : KAIST, 풀어야할 숙제 산적

'고급 과학기술연구 인력의 산실.' '아시아 최고의 과학기술 교육기관.' KAIST를 상징해온 이같은 표현들이 빛을 바래고 있다. KAIST엔 노벨상을 탈 만한 스타가 없다. 세계 10대 공과대학이라는 목표가 무색할 정도다. 10대에 오르기 위해선 각 학과별로 2∼3개의 선도그룹이 있어야 하고 노벨상을 노릴 만한 스타가 3명정도는 나와야 한다는게 교수들의 평가다. 노벨상급 뿐만이 아니다. 20대 박사취득자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전체 박사학위 취득자중 20대 비중은 지난 84년 76%를 피크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올초엔 40%에도 못미쳤다. 20대 박사배출은 KAIST를 평가하는 단골메뉴였다. 영재교육기관임을 평가하는 잣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옛말이 됐다. 박사를 따는 데도 평균 7∼8년이 걸린다. 하물며 노벨상 얘기는 꺼내기 조차 어렵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일어났는가. 과학두뇌 양성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목표설정 시급 =1989년 한국과학기술대학(KIT)을 통합, 석.박사중심 특수대학원에서 이공계 대학으로 탈바꿈하면서 '연구냐, 교육이냐'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학부과정인 과기대를 흡수했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을 추가로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는게 한 보직교수의 설명이다. 대학원에서 함께 연구하고 가르쳐야 할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부과정에서부터 '준비된 인력'으로 키워야 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정된 자원을 어느쪽에 집중하느냐는 것이었다. 설립 당시 KAIST는 연구와 교육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갖고 있었지만 '연구'쪽에 무게가 실렸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산업계 고급인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교육쪽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서울대공대 포항공대 등과의 형평성을 감안, KAIST에 제한됐던 병역혜택 등이 사라지면서 무게중심이 '연구'에서 '교육'쪽으로 옮겨가고 말았다. ◆ 연구기관 통합.정리 =KAIST엔 연구기관이 많다. 과학재단(ERC)이 지원하는 16개 연구센터를 포함, 부원장 직속 30개 연구센터가 있다. 또 12개 연구소 산하에 64개 연구센터가 있다. 한 보직교수는 "1백개에 육박하는 이들 연구소중엔 제 역할을 다한게 많지만 스스로 간판을 내린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기관의 지원이 끝나도 연구센터에 참여한 교수들이 다른 목적으로 조달한 연구비를 합쳐 10억원의 요건을 충족, 연구센터를 유지한다"며 "따라서 본래 연구목적과는 상관없이 교수들 나름대로 '마이웨이'를 가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수명이 다한 연구센터의 문을 닫는 것과 함께 수많은 연구센터 연구소 연구실 등이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게 통합.정비하는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 취약한 예산.재정구조 =KAIST에 대한 정부예산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아닌 과학기술부가 매년 예산당국을 설득해서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예산구조를 보면 취약성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예산은 2천90억원. 정부 6백40억원(31%), 연구비 9백30억원(45%), BK사업비 2백50억원(12%), 자체수익 2백50억원(12%)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것은 정부예산이다. 연구비나 BK 사업비 등도 정부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경쟁을 통해 얻은 것이기 때문에 결국 69%는 불안정한 것으로 봐야한다. 이같은 재정구조는 연구만을 수행하는 정부출연연구소로서도 감당하기 어렵다. 교육만을 전담하는 곳이라면 생존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KAIST가 '연구'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교육기관의 기능까지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이 최소 50%는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