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社도 美기업개혁법 '불똥'
입력
수정
미국의 새 기업개혁법이 외국기업에도 예외없이 적용될 경우 뉴욕증시에 상장된 관련 기업들은 자국 회계관행과는 상관없이 새 기준을 따라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국민은행 한국전력 KT 포스코 SK텔레콤과 나스닥에 상장된 미래산업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국내 8개 기업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명한 기업개혁법(사반스-옥슬리 법)이 뉴욕증시에 상장(ADR 포함)한 외국 기업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오는 29일 시행규칙을 발표할 때 폭 넓은 예외규정을 마련해 줄 것을 외국기업들은 요청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상반되는 법률 조항=미국 기업개혁법은 내부자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시키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기업회계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형사처벌 규정도 대폭 강화했고,CEO는 기업 재무정보의 정확성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기업들은 △내부자대출금지 △공시의 신속성 △외국 CEO의 재무제표 확인서명 등에 강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외국기업 반발 확산=미국 기업개혁법을 적용받는 외국기업은 BP 노키아 소니 등 1천3백개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기업은 종전에는 자국의 회계 관행을 따르면 됐다.
따라서 외국기업에 대한 예외 조항을 따로 둘 것을 SEC에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프리츠 볼크슈타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은 "다른 나라의 회사법을 무시한채 미국법의 적용을 강요한다면 EU도 미국의 회계법인을 규제하는 등 법적 대응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공인회계사협회의 오쿠야마 아키오 회장은 "일본법 위에 미국법을 놓겠다는 의도로 주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향후 전망=상장 기업은 물론 신규상장을 추진하는 외국기업들은 종전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
현재 뉴욕증시에서 ADR 발행을 추진 중인 외국기업 3백개사는 이의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SEC가 외국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예외 조항을 만들기도 어려운 형편.
예외 조항을 인정하면 미국 기업들이 외국으로 본사를 옮겨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결국에는 외국기업들도 기업개혁법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이야마 도시야수 대변인은 "우리는 새로운 법률에 따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 노키아 프랑스텔레콤 등도 기업개혁법을 준수하겠다고 잇달아 발표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