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 브랜드시대] 대형社 '최고급 이미지' 홍보 총력

아파트에 건설회사의 이름 대신 독자적인 브랜드를 붙이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브랜드가 쏟아지고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 마디로 '브랜드 춘추전국시대'인 셈이다. 특히 대형 건설업체들의 경우 연간 수십억~수백억원의 광고비를 쏟아붓는가 하면 특급 모델까지 동원해 가며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건설회사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파워가 분양시장을 판가름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왜 브랜드인가 =아파트 브랜드 경쟁의 이면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짓기만 하면 팔리는 내구재'였다면, 이제는 주택 보급률 상승과 함께 수요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져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잡을 수 있는 상품'으로 바뀐 것. 아파트 선택권이 주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도 브랜드 경쟁을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대형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브랜드를 놓고 벌이는 장외 경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면서 '수성과 공략'을 위한 업체간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이름과 브랜드를 같이 쓰던 시대조차 끝나고 이제는 '건설회사는 없고 브랜드만 있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뭘 담고 있나 =대림산업의 'e-편한 세상'은 주택건설 업계에 아파트 브랜드 경쟁을 촉발시킨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0년 초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를 선보이며 붙인 이름이다. 정보통신 시설을 통해 편리한 생활을 즐기고 환경 친화적인 설계로 자연과 함께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아파트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래미안'은 지난 2000년 3월 첫 선을 보인 이후 단숨에 브랜드 인지도 선두권에 진입한 케이스. 말 그대로 미래의(來), 아름답고(美), 편리한(安) 아파트라는 뜻이다. LG건설의 'LG빌리지'는 '인간중심 아파트'를 기본 테마로 지난 1996년 등장한 브랜드다. 이 회사는 특히 하반기중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XI)'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특별한 지성(Extra Intelligent)을 상징하는 영문자의 약어로 LG빌리지로 구축한 고급스런 이미지를 한층 발전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은 대부분 업체가 통합된 단일브랜드로 상품을 공급하는데 반해 세분화된 시장에 맞춰 '멀티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드림월드'를 주로 쓰지만 대단지는 '그랜드월드', 고급 아파트에는 '트럼프월드'를 쓰기도 한다. 소비자에게 가장 살기 좋은 이상적인 주거공간을 건설한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현대건설의 '홈타운'은 지난 2000년 용인 보정리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수요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이페리온'도 최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I-PARK)'는 지난해 3월부터 기존 현대아파트를 대체해 사용한 브랜드. 기존 아파트를 '혁신'(Innovation)하겠다는 의지와 공원같이 편안한 주거공간을 상징한다. 롯데건설도 '캐슬'과 '낙천대'라는 2개의 브랜드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급 아파트에 사용하는 '롯데캐슬'은 누구나 한번쯤 살고 싶어하는 성(城.castle)처럼 아파트를 짓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일반 아파트의 경우 천국과 같은 즐거움과 편안함이 있는 정자라는 의미를 한자로 표기한 '낙천대(樂天臺)'를 사용하고 있다. 쌍용건설의 '스윗닷홈(sweet dot home)'은 아내중심, 가족중심의 사랑으로 가득찬 집이라는 의미. 아내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과 함께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는 아파트를 뜻한다. 금호건설의 '베스트빌'은 지난 99년 사내공모를 통해 선보인 브랜드로 지금까지 1만여가구가 이 브랜드를 달고 성공적으로 분양됐다. 공기업인 주공도 일반분양 아파트에 고객 위주 설계와 환경 친화적 생활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 이미지가 담긴 '그린빌'을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동부건설의 '센트레빌'의 경우 1백년이 지나도 튼튼한 아파트로 국내 주거문화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두산건설은 힐스빌을 거쳐 최근 '위브(we've)'라는 브랜드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고의 편안함과 행복, 기쁨 등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SK건설의 'SK 뷰(view.조망)'는 안팎이 아름답고 건축미가 있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아파트를 의미한다. (주)태영도 최근 '안락한 주거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란 뜻의 '데시앙(dessian)'을 신규 브랜드로 결정했다. 서민들이 선호하는 중형아파트를 집중적으로 공급해 온 태영은 하반기 물량부터 이 브랜드를 본격 도입할 방침이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