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골프] 월전 '장우성 화백'..아흔 고령에도 "장타는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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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화가인 월전 장우성 화백(91)은 아흔을 넘긴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골프를 즐기는 '골프 애호가'다.
장 화백은 15년 전 친구들의 권유로 건강 유지를 위해 골프를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이 '나이 먹은 사람에게 골프만한 운동이 없다'고 적극 추천하더군요.
또 예전에 한 친구가 나중에 필요할 것이라며 수제품인 '케네 스미스' 골프채를 사라고 해 사둔 것도 있고 해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죠.처음에는 별로 재미가 없더니 조금 지나니까 나름대로 흥미가 붙더군요."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수요회' 멤버로 그를 끌어들였다.
"이 회장은 내가 볼을 잘 못치니까 안타까웠는지 당시 안양골프장에 있던 이강선 프로와 몇차례 라운드하면서 골프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줬어요."
장 화백은 현재 비슷한 연배끼리의 골프모임인 '장춘회'에 참여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을 피해 매주 화요일 안양베네스트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다.
장 화백은 4∼5년 전만 해도 80타대를 쳤다.
드라이버샷도 2백m 이상 날아갔다.
요즘은 90타대 중반 정도지만 아직도 체력은 끄떡 없다.
주로 안양베네스트골프장에 가지만 절대로 카트를 타는 법이 없다.
그는 "운동하려고 나왔는데 카트 타고 다니면서 볼을 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죠.카트를 타게 되는 날 골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를 하면서 내기는 하느냐고 묻자 장 화백은 "나는 내기를 싫어해요.내기를 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나빠지죠.나 자신이 잘 치려고 하기보다는 남이 못치기를 바라게 되잖아요.나중에 돈 계산하는 것도 보기에 추하고…"라고 대답했다.
장 화백 작품 중 골프와 관련된 것은 딱 하나 있다.
지난 84년 한양골프장에서 라운드하다 떠오른 영감으로 그린 작품인데 현재 한성골프장에 소장돼 있다.
장 화백은 동양화가 중 골프를 하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이왈종 화백이 골프를 제일 잘 한다고 언급했다.
장 화백은 홀인원은 못 해봤지만 홀인원을 기록할 뻔한 적이 있었다.
"골프를 배운 지 얼마 안돼 한양골프장 3번홀(파3)에서 티샷을 했는데 볼이 홀 바로 앞에 멈췄어요.가서 재보니 한뼘 정도 모자랐지요"라고 회상했다.
정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