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동결 엇갈린 평가] "인하했어야" "옳은선택" 팽팽

솔로몬의 지혜인가 아니면 잘못된 판단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3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리지 않은 데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발표 직후 시장은 조건반사적으로 부정적으로 반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명한 결정일 수도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잘못된 판단 '증시 폭락이 더블 딥(짧은 회복 후 다시 침체)으로 이어진다.' 오전까지만 해도 강세를 보이던 주가가 오후 2시15분 '금리 불변' 발표 직후 폭락 양상을 보였다. 다우가 2백6포인트(2.38%) 수직 하락하며 8,482.39로 8,500선이 무너졌고 나스닥도 2.87% 떨어진 1,269.28을 기록했다. 채권수익률도 급락(채권값 급등)했다. 오름세를 보이던 10년만기 재무부채권수익률이 4.08%선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지난 63년 이후 40년만의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날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FRB와 거래하는 22개 증권사 중 모건스탠리를 제외한 21개사가 이같이 분석했다. 이날 FOMC에서도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포함한 12명의 위원이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때문에 정작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은 불발된 금리 인하가 아니라 FRB조차 미국 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지난 2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1%로 급격히 둔화되고 최근들어 제조업과 서비스부문 모두 성장이 부진한 게 미국 경제의 위험신호라는 해석에서다. 팀 스몰스 SG코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FRB는 경기가 악화되는 점을 인정하고도 금리를 내리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했다"며 "이날 주가 하락은 경제가 FRB의 생각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솔로몬의 지혜 '금리인하 없이 실질적인 효과 본다.' 많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그린스펀의 이날 결정을 '마에스트로(거장)라는 명성에 걸맞은 판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리 인하를 하지 않는 대신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에서 '경기둔화 우려'로 바꿔놓아 언제라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다. 앨런 아커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주가 하락은 금리인하 불발에 놀랐다기보다는 지난주 단기 급등에 따른 이식 매물의 성격이 강하다"며 "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항상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카드'를 비축해 놓은 것이 앞으로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경기가 좋아지면 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되므로 이번 조치가 금리를 내린 것보다 더욱 좋은 효과를 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이날 지난 7월 미국 소매판매가 1.2% 신장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제가 꾸준히 확장되고 있어 고용시장만 버텨준다면 추가 금리인하는 필요 없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금리 결정이 옳았는지 여부에 대한 해답은 8월의 경기동향이 말해줄 것으로 보인다. 8월 경기흐름이 좋아지면 추가 금리인하는 없었던 일로 될 것이고 8월 경기가 급격히 꺾이면 다음 금리조정회의가 열리는 9월24일이나 그 이전에라도 전격 인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는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난 속에 더블 딥의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