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 '盤上의 혈투'...이창호, 이세돌에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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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때가 아닌가.
최근 절정기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이세돌 3단(19)이 이창호 9단(27)을 맞아 후회 없는 일전을 펼쳤지만 끝내 '세계 최강' 봉우리를 넘지 못했다.
지난 13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제36기 왕위전 도전 5번기 최종국에서 이 3단은 이 9단을 맞아 무려 3백19수까지 가는 혈투 끝에 흑 3집반패,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반면 이 9단은 지난 96년 유창혁 9단을 4-2로 누르고 왕위 타이틀을 획득한 이래 한번도 도전자의 반란을 허용하지 않으며 대회 7연패를 달성했다.
이 9단은 이날 승리로 통산 1백9회째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이 3단과의 통산전적도 12승7패로 바꿔 놓았다.
이 9단은 지난 98년 제6기 배달왕전 도전기에서 유창혁 9단에게 패한 이후 벌어진 14번의 도전기에서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아 '번기의 제왕'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최종국이 벌어지기 전 바둑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왕위의 탄생을 점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이 3단의 근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역시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은 하루 아침에 얻은 것이 아니었다.
이 9단은 초반 이 3단의 실리작전에 밀려 다소 고전했지만 중반 이후 중앙에 대궐 같은 집을 지으며 4귀를 차지한 흑의 실리를 앞서 나갔다.
비세를 느낀 이 3단이 패싸움을 걸어오며 혼신의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종반 운영의 1인자답게 이 9단은 역전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 3단으로서는 지난 2000년 제5기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서 초반 2연승 뒤 3연패로 이 9단의 철옹성을 넘지 못한 아쉬움을 이번에도 털어버리지 못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