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추도시설 'NO'하는 일본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기에는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수시로)참배하면 좋겠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항복한 15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일본전몰자유족회의 한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고가 마코토 자민당 전 간사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1년에 한번으로 한정한 약속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니치신문은 15일 고이즈미 총리의 작년 8월 야스쿠니신사 참배 때 공식 제기된 '국립추도시설'신설 문제가 반대 여론에 밀려 흐지부지됐다고 진단,눈길을 끌었다. 신문에 따르면 고가 전 간사장을 필두로 한 반대세력은 국립추도시설이 새로 들어설 경우 야스쿠니신사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린다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반대세력은 전국 지부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동조자들을 규합하는 한편 수시로 집회를 열어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별도의 추도시설 건립을 지지하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야당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한 지지파는 새 시설이 들어서면 야스쿠니 문제는 자동 해결된다며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평화를 다짐하는 상징적 장소로도 새 시설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지지파들의 목소리는 반대세력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지파들이 지난 7월 말 설립신청서를 내각에 제출했지만 반대세력을 의식한 일본 정부는 꿀먹은 벙어리다.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의 자문기구인 추도시설건립 검토회는 5월말부터 휴면상태인데 이어 8월 중 내기로 한 중간보고서도 기약없이 뒤로 물렸다.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들도 스스럼없이 찾아와 추도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작년 8월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참배한 고이즈미 총리는 당시 담화문을 통해 별도 추도시설 건립의 단서를 '방패'로 던져 놓았다. 그러나 꼭 1년이 지난 지금 추도시설 건립은 포장만 요란했을 뿐 반대 여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 15일인 오늘도 모리 전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과 고위 각료들은 아침부터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