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자) 합의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이 10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14일 끝났다. 지난 12일부터 서울에서 열린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는 추석 전 이상가족 상봉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서울 개최 일정에 합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적지 않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핵심 의제인 군사실무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 합의에 실패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전체회의 일정까지 늦춰가면서 진통을 거듭한 끝에 조속히 개최한다는데 가까스로 합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것도 양측은 상당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의문이 남는다. 공동보도문에서 남측은 빠른 시일내에 군사회담을 재개키로 했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쓰고 있지만 북측은 회담재개를 관계당국에 건의키로 했다는데 그치고 있다. 군사실무회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화 정착의 기본 전제인 군사적 신뢰 구축이 어려워지는데다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야 하는 경의선 연결이나 동해안 철도 연결,개성공단 건설 등 남북이 합의한 대부분의 경협 사업들도 풀릴 수가 없다.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 협력사업 증진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군사실무회담 일정을 조속히 확정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문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의가 아니라 실천이라고 본다. 그동안 남북이 수 차례 회담을 가졌고,합의사항도 많았지만 제대로 실행에 옮겨진 적은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합의사항도 북측이 이달 26일 열리도록 돼있는 경협위 2차회의에서 식량지원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또 어떤 빌미를 만들어 이행을 회피하려 할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한 것도 그 때문이다. 더 이상 그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쌀 배급제 개선 등 경제개혁 조치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도 남측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같은 점을 인식한다면 북한 스스로 합의사항에 대한 실천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어제부터는 서울에서 북측 대표 1백16명을 비롯해 남북 양측 각계 인사 5백여명이 참여하는 8·15 민족통일대회가 열리고 있다. 또 오는 9월 말 시작되는 부산아시안게임에는 대규모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할 예정이다. 최소한 외견상으로는 남북관계가 매우 바람직한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장관급회담을 계기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 협력관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