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등간격 '릴레이'

증시가 바닥을 확인한 이후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증시는 바다건너 뉴욕증시가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등락하는 것과 달리 사뭇 조심스런 행보를 지속하며 점진적인 상승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동결과 순조로운 재무제표 인증서 제출 등 ‘빅 이벤트’에도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실망감을 드러내기보다는 단기 수급에 따라 차분히 추이를 관망하는 모습이다. 하방경직성이 공고해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재료노출 이후 수급여건이 개선되거나 강력한 상승 모멘텀이 제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는 당분간 고점 높이기에 나설 전망이다. 연속 상승에 대한 부담과 제한적인 수급여건을 감안해 조정 시 매수전략이 유효하겠다. 시선을 ‘가을’로 놓고 실적개선 추세가 이어지는 종목 중심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 조심스런 행보 이어질 듯 = 증시가 상승 분위기를 연장했다. 종합지수는 7일 연속 상승하며 700선과 단기 추세선인 20일 이동평균선을 차례로 회복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20일선을 돌파한 데이어 60선을 사정권에 뒀다. 그럼에도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종합지수는 지난 6일 673을 저점으로 삼아 2.8% 상승했고 코스닥지수는 55선이 무너진 이래 3.30% 반등했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9.62%, 11.53% 폭등했다. 국내증시가 미국 경제의 이중침체 우려와 뉴욕증시 급락에 따라 연중 최저의 나락을 떨어진 기억을 되살릴 때 이번 반등이 뉴욕증시 상승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종합지수가 7일 연속 오르기는 했지만 두 자릿수 상승이 하루에 불과할 정도로 관망세 속에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의 낙폭이 뉴욕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데다 뉴욕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매도기조를 꺾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펀더멘털이나 수급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물론 최근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 성격을 볼 때 상대적으로 뉴욕증시 반락 시에도 충격이 작고 조심스러운 반등세 연장을 시도할 여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투신운용 임창규 펀드매니저는 “국내외 주가가 미국의 더블딥을 반영한 수준을 반영한 이후 하반기 경기회복을 바라보고 있다”며 “국내 모멘텀 부재 등을 감안할 때 뉴욕증시를 뒤따라 뉴욕보다 작은 진폭으로 후행하는 모습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 골든크로스 임박, 목표치 상향 = 이 같은 조심스런 행보를 지속하면서도 증시가 심리적 영향력이 큰 700선과 20일선을 비교적 손쉽게 회복함에 따라 기술적 반등 국면 연장이 점쳐지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대부분 기존 종합지수 670~720의 박스권 시각을 700~760선으로 올려잡고 있다. 상승추세로의 전환보다는 약세장 랠리 성격이 짙지만 강력해진 밑변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미국 뮤추얼펀드 자금이 2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하며 악화된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속도를 내고 있고 KT의 외국인 보유한도 확대가 임박해 하방경직성은 유지될 전망이다. 또 금리결정 등 ‘빅 이벤트’를 넘긴 뉴욕증시가 이달 말까지 별다른 경제지표 없이 기술적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조정이 예상되는 국내 증시의 체력을 테스트할 시기로 관측된다. 기술적으로는 5일선이 20일선을 상향 돌파하는 단기 골드크로스가 임박했다. 단기 골드크로스는 통산 매수신호로 받아들여지지만 20일선이 하향하고 있어 부담이다. 707선에 걸쳐있는 20일선의 전환여부에 관심이 증폭되는 이유다. 한화증권 시황분석팀 조덕현 연구위원은 “기술적으로 4개월 연속 음봉 출현에 대한 반발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60일 이평선이 위치한 766선까지 반등 국면이 연장될 전망”이라며 “거래량과 거래대금 회복추이를 지켜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연구위원은 “저점 대비 10% 가량 상승지점인 740선에서 에너지 충전이 필요할 것”이라며 “결국 뉴욕증시 상승세 연장과 외국인 매매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 실적, 관심은 하반기로 = 증시가 사상 최대라는 상반기 실적에 반응을 보였다. 다만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시야를 넓혀 3/4분기와 4/4분기 업황을 고려한 종목 발굴에 주력하는 편이 낫다. 이번주 증시는 그 동안 약세장에 짓눌려 실적에 비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종목이 급등했고 적정회계의견을 받지 못한 업체는 폭락했다. 현대자동차 ‘3인방’과 홈쇼핑주는 실적 발표를 계기로 최근 약세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상반기 실적은 그러나 이번주 상승장을 통과하면서 대부분 반영했다는 판단이다. 몇몇 종목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재료를 잘 포장한 것이어서 깜짝 반응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미 실적장세가 지나간 다음 실적이 공시된다'는 얘기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이 환율하락 등의 여파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상황에서 지난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은 더 이상 주가에 영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선물운용팀장은 “환율 영향이 크지 않고 꾸준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내수관련주와 배당주 위주로 편입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상반기 실적 호전이 대부분 주가에 반영된 만큼 하반기에도 실적호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중소형주로 에스원, FnC코오롱, 제일모직, 한섬, 코오롱, 동아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계룡건설, 신세계건설, 계양전기, 팬택, 한일시멘트, LG마이크론, 하나투어, 안국약품, 태산LCD, 알에프텍, 신세계I&C, 풍산마이크론 등을 제시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