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전망] 박스권 고점 낮추기, "모멘텀 미약"

환율이 방향 설정을 유보해 놓고 있다. 변동성도 차츰 줄어들면서 제한된 박스권내 움직임이 유력시되고 있는 상황. 달러/엔 환율의 동향이 국내 외환시장에 가장 큰 변수이지만 달러/엔은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 외국인은 주식순매도와 순매수 사이에서 갈팡질팡이다. 이래저래 모멘텀이 없다. 8월 셋째주 환율( 8. 19∼ 8. 23)은 이같은 시장 여건을 반영, 좁은 박스권내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1,200원대 환율은 일단 부담감을 확인한 상태에서 박스권내 고점이 낮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개입 경계감이 증폭되는 1,17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시장 참가자들의 인식은 일단 1,170원대 매수, 1,200원대 매도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방향은 없으나 고점이 내려가는 수준에서 스케치가 되고 있는 셈. 달러/엔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동결로 급락한 뒤 방향성을 재탐색하고 있다. 전 저점인 115.50엔대를 테스트하는냐, 120엔대를 고점으로 횡보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이 한창이다. 수급상 한쪽으로 크게 부각될 만한 요인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매매동향도 왔다갔다하며 휴가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순간 손쉬운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여전히 내포된 상황. ◆ 박스권내 고점 하향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5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77.46원, 고점은 1,200.87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184.00원과 고점인 1,202.00원에서 하향한 수준. 조사결과, 아래쪽으로 9명이 '1,180∼1,182원'을 저점으로 가장 많이 지목, 1,170원대에 포진한 저가매수를 염두에 뒀다. 이어 4명이 '1,175원'을, 2명이 '1,17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위쪽으로는 9명의 딜러가 '1,195∼1,200원'을 박스권 상단으로 전망, 1,200원 언저리에서 고점매도를 염두에 뒀다. 이어 3명과 2명 딜러가 각각 '1,210원', '1,205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둔 반면 1명이 '1,192원'을 상승의 한계로 예상했다. 지난주 환율은 하락추세가 재개되면서 앞선 주의 1,200원대에서 1,180원대로 주저앉았다. 달러/엔이 미국 금리인하의 불발로 117엔대까지 급락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이에 동반한 달러/원은 나흘동안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주중반 장중 1,184.00원까지 급락했던 환율은 단기급락에 따른 반발로 지난 금요일 소폭 반등하면서 1,188.8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 모멘텀 증발, 웅크린 환율 = 지난주 환율 하락 추세를 재개하게끔 유도했던 달러/엔의 급락세는 주말을 거치며 주춤했다.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강세를 보였던 달러화가 금리 동결과 미국 경기둔화 가능성으로 매도압력이 커졌다. 지난주 말 달러/엔 환율은 117.67엔을 기록, 120엔대에서 116엔대까지 급락한 뒤 조정을 받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졌다. 모멘텀이 사라진 시장 상황을 보여준 셈. 이번주 달러/엔은 연중 저점 경신과 박스권 횡보 사이에서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엔화 강세시 일본 정부의 개입 경계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달러/엔 하락은 일정부분 제한이 예상된다. 그러나 달러/엔도 국제 외환시장에서 휴가철을 맞아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으며 방향 감각을 드러낼만한 조타수가 없다. 뉴욕 증시가 최근 반등하고 있음에도 달러 강세는 명확하지 않아 약세 기조가 꺾였다고 확언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일부에서는 118엔대 이상 오르긴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달러/원은 이같은 대외여건을 반영, 자체적으로 방향을 잡기가 어려운 상태다. 정운갑 아랍은행 딜러는 "달러/엔에 후행하는 장세가 될 것"이라며 "큰 수급이 없기 때문에 국책은행 등의 매매동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고 역외동향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 수급 잠잠 = 휴가철을 맞아 여전히 업체나 역외세력의 거래가 부진하다. 은행권 위주의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데다 지난 1일부터 바뀐 제도로 인해 시장에서 큰 활력을 찾기가 어렵다. 8월 들어 현물 거래량이 30억달러를 넘어선 적이 한번도 없으며 지난 금요일에는 16억달러 수준에 그쳐 지난 6월 10일 13억달러이후 가장 적었다. 외국인 주식순매도가 일단 주춤한 상태다. 지난주 금요일 나흘만에 1,000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 수급상황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가 방향을 잡았는 지는 미지수다. 다만 뉴욕 증시의 상승이 지속된다면 국내에서 매수우위의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이후 업체들의 네고물량 공급이 많아질 수도 있다. 최근 유가 상승과 성수기를 대비한 정유사들의 결제수요가 등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으나 고점에서는 매도로 전환하는 모습도 연출, 전반적으로 달러 매수세는 강하지 않다. 고상준 한미은행 딜러는 "현재 방향 설정과정으로 보이며 수급상 일방적 공급우위는 아니다"며 "달러/엔도 방향을 잃었고 휴가시즌이라 거래량이 줄어 레인지를 뚫을 수 있는 수급도 뒷받침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 엔/원 높은 수준, 상승 제한 = 엔/원 환율은 지난주 원화와 엔화간 변동 속도차로 100엔당 1,010원대로 올라섰다. 시장 참가자들은 엔/원이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인식, 달러/엔의 상승시에도 달러/원은 이를 전적으로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상배 기업은행 딜러는 "달러/엔이 올라도 주식시장이 상승할 여지가 있어 엔/원은 지금 수준에서 내려설 것"이라며 "급격하게 내리긴 어렵고 전체적으로 불안감을 안고 있어 제한된 범위에서 지루하게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