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경전자 감지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엔 프리크라임(Pre-Crime)시스템,이른바 범죄예측 기계가 나온다. 시스템은 범인은 물론 범죄가 일어날 장소와 시간까지 알려준다. 아들을 잃은 뒤 테러범 소탕을 위해 특수경찰에 투신한 존 앤더튼은 기계의 오류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지목된 사람은 무조건 잡아 가둔다. 범죄는 줄어들지만 어느 날 기계엔 앤더튼이 미래의 살인자로 나타난다. 영화는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이나 신념이 얼마나 무모한 결과를 빚을 수 있는지, 첨단기술에 대한 맹신이 어느 정도 위험한지, 잘못된 정보가 개인의 인권을 어떻게 유린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스필버그의 말처럼 미국민 전체가 테러에 대한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탓일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항에 설치할 '신경전자 감지기'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다. 거짓말탐지기처럼 뇌파 심장박동 눈깜박거림 등을 측정하는 장치로 이상이 발견되면 검색을 강화하고 여행경로 전과 신용정보 등을 분석, 위험인물을 색출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 대법원에서 영장이 있어야 확보 가능한 자료를 얻고자 고기능 인체감지 기술을 쓰는 건 위헌이라고 판결했는데도 이미 일부 시험 운영을 노스웨스트항공에 의뢰했다는 보도다. 안그래도 최근 미국에 다녀온 사람 중 상당수는 국제선은 물론 미국내 이동을 위한 국내선 탑승 때도 종종 무작위 검색에 걸리는 기분 나쁜 꼴을 당했다며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흔든다. 말도 잘 안통하는 남의 나라 공항을 통과하려면 누구나 긴장해 맥박도 빨라지고 눈도 자주 깜박거릴 수 있다. 알려진 대로라면 감지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신경전자 감지기는 일종의 범죄예측 기계나 다름없다. 시스템의 설치가 테러 방지라는 명목 아래 타국민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면 그것은 편견과 그에 따른 교묘한 차별의 한 방법일 수 있다. 9·11테러의 참상을 겪은 미국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첨단 과학기술의 힘을 인권 통제에 사용하려는 건 씁쓸하기만 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