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전쟁시대] '해운비즈니스 벨트' 만든다

'한국을 세계 최고의 해운업 기지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당면한 최대 현안은 동북아 물류 중심항만(Mega Hub Port)으로의 변신이다. 현재 여건은 무척 성숙된 편이다. 부산항은 세계 3위의 컨테이너 항만으로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에 힘입어 동북아가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이어 세계 3대 교역권으로 부상하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광양항은 이미 중국 화물이 거쳐가는 편리한 항만으로 세계 해운시장에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정부도 3면이 바다라는 천혜의 조건을 활용해 해운물류 산업을 키우려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선박금융의 서울, 국제물류의 부산.광양항, 선박등록의 제주도를 잇는 이른바 '해운 비즈니니스 벨트(Shipping Business Belt)' 구성 계획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들 도시가 보유한 해운물류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해운 비즈니스 벨트의 목표는 한국을 세계에서 해운기업을 경영하기 가장 좋은 국가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해양수산부는 먼저 '선박투자회사법'을 올해중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민간에서 유치한 자금으로 '선박펀드'를 만들고 여기서 선박 건조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국적 선박이 해외로 이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박톤세' 도입도 추진중이다. 선박톤세란 영업이익 대신 운항선박의 t수를 기준으로 세액을 산정하는 제도다. 자국 국적의 선박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 선진 해운국들은 법인세나 선박톤세중 하나를 택해 부담토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대다수 국적선사가 외국의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데다 운항선박을 해외로 이적(Flagging-out)하는 비율이 경쟁국 평균보다 10%포인트 높은 72%에 달한다. 정부는 선박법과 국제선박등록법 등 기존 등록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제주선박등록특구제도를 활용해 제주도를 동북아 국제선박 등록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국내외 선박의 등록을 장려해 등록선박 규모를 향후 10년간 세계 5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해외 치적(국적은 해당국이지만 소유는 다른 나라) 비율이 높은 일본(81.1%)과 대만(62.1%)에서 해외 치적선을 제주도로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해양부 관계자는 "해운과 관련된 세금과 금융, 선박등록 제도 등이 개선된다면 국적선사 운항선대(국내 선사가 갖고 있거나 빌린 선박) 규모를 향후 10년간 세계 5위 수준인 4천만~5천만DWT(적화톤수)로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중심거점 항만의 배후단지에 지역거점본부나 물류센터를 설립해 조립.혼합.상표부착.품질검사 등 부가가치를 높여 주는 물류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추세에 맞춰 부산.광양항 배후단지를 국제종합 물류단지로 만들어 글로벌기업의 동북아 물류거점으로 집중 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부산신항과 광양항에 각각 93만평과 59만평을 개발해 싼 값에 제공하는 등의 적극적인 유인책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해운 비즈니스를 강화하려면 유통정보망도 탄탄하게 갖춰야 한다. 정부는 현재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유통정보망을 확충하고 적극적인 항만 세일즈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