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제1주제 : 서머스 총장, 기초과학 중시 표명

지난 7월 중순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학 총장은 워싱턴DC를 찾았다. 과학협회와 대학연합회가 주관하는 '과학의 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MIT 예일대 등 주요 대학 총장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부장관으로 한때 세계경제를 주무르던 서머스 총장은 이날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늘려줄 것을 요청하는 연설을 했다. '천재 경제학자' 소리를 듣던 그의 입에서 나온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청중들에게는 뜻밖이었다. 하지만 "지난 한세기 동안 인간의 평균수명이 40대에서 70대로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바로 생물학이란 기초과학의 승리"라는 그의 얘기에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서머스 총장은 "우리가 매일 쓰는 신용카드의 보안유지는 수학연구소에서 숫자이론을 어느 수준까지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학 물리학 수학등 기초과학의 발전없이는 생물학 의학 정보과학등 실생활에 중요한 실용학문이 발전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하버드대 총장자격으로 한 이날 연설은 이 자리에 참석한 상.하원 의원들과 행정부 관리들을 놀라게 했다. 장관시절의 어려운 논리싸움을 좋아하던 모습과는 영 딴판인데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 참석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 관계자들은 기초과학연구기금을 늘리는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서머스 총장의 '기초 과학 중시' 방침이 미국 최고의 사학인 하버드대를 변혁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12일 제 27대 하버드대 총장 취임석상에서 부터 "하버드대를 과학혁명(Revolution in Science)의 중심지로 이끌겠다"고 선언하며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세계를 이끌어 온 하버드대가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지속하려면 과학발전이 필수적이라는 논리에서였다.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의 발전도 그가 생각하는 과학혁명의 한복판에 있다. 서머스 총장은 "인터넷 기술은 수세기동안 세상을 변화시킨 출판인쇄 혁명이후 최대의 발명"이라며 "점차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되고 있는 지구촌에서 새로운 정보기술이 세상을 다시 한번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머스 총장은 이에 따라 앞으로 학부생들도 하버드를 졸업하려면 누구나 '수학논리'를 필수과목으로 배워야 하는 등 커리큘럼은 물론 학교 체제도 대개혁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의사들도 생물학적 지식을 알아야 하고, 금융가들도 계량분석 능력이 필요하며, 신경제의 경영인들에겐 컴퓨터 지식이 필수로 되는 등 장래에 어떤 길로 나가더라도 기초과학으로 무장하는게 중요하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미국 학계에서는 서머스 총장이 주도하는 하버드의 개혁이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조만간 다른 대학들도 하버드가 걷고 있는 '과학혁명의 길'을 따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