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 개척자 유영국 화백 회고전...30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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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미술의 개척자인 유영국 화백(86)의 예술세계를 되돌아보는 회고전이 오는 30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한국 추상미술의 기원과 정점'을 주제로 1930년대 초기 추상작품에서부터 70∼80년대 기하학적 추상작까지 1백호 이상의 대작 60여점이 소개된다.
가나아트센터가 개관 4주년 특별기획전으로 준비한 이번 회고전에는 특히 1938년 출품된 '습작' 등 릴리프(부조) 복원작품 3점이 선보인다.
1958년에 그린 미공개작 '새'도 출품된다.
일본 도쿄문화학원에서 유화를 공부한 유 화백은 1937년 일본 추상미술 재야운동단체인 독립미술가협회 전시에 작품을 처음 발표한 이후 덕수궁미술관에 마지막 신작을 내놓은 2000년까지 60여년간 오로지 추상회화의 외길만 걸어왔다.
그는 '산의 작가'로 불릴 정도로 평생 '산'을 모티브로 삼아왔다.
1958년 '산'을 처음 선보이면서 대자연의 복합적인 조형요소를 어떻게 단일화하느냐에 집중했다.
'서정적 추상'으로 불리는 60년대 작품들은 자연의 정적인 면과 동적인 면을 색채 대조로 표현했다.
구체적인 대상으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작가의 정열적인 감성이 선 면 색채의 '채색의 힘'으로 추상화된 자연인 셈이다.
그의 작품은 70∼80년대에 '기하학적 추상'으로 전환된다.
활력에 찬 색면공간의 유동성이 자취를 감추고 색면 컴포지션으로 선회한다.
화면 속의 자연을 순수 기하학적인 형태로 환원하고 선과 면을 일원적인 요소로 취급하는 단계에까지 이른다.
유 화백은 아침 8시에 작업실로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하고 술을 마시면 그림을 절대 안 그리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1983년 신세계미술관에서 열린 11회 개인전에서 작품 가격을 당시 국내 작가 중 가장 비싼 호당 80만원을 선언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0월6일까지.(02)720-102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