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추세선에 대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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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2차 상승’을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이후 불안감, 반도체 하락 및 유가 상승 등으로 증시 여건이 악화됐음에도 주가는 비교적 단단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것.
연속 상승 이후 숨고르기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종합지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20일 이동평균선을 지지선으로 삼아 반등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시장 역시 흐름을 같이할 전망이다.
뉴욕과 서울에서 증시의 방향을 좌우할 만한 굵직한 경제지표가 발표되지만 선조정으로 반영한 측면이 강하다.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누적매수포지션과 매수차익잔고 부담이 완화된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급등락 가능성보다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방향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겠다. 다음달 초까지 경제지표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은 유보하는 편이 낫다.
20일선이 포진하고 있는 711선과 60일선이 위치한 754선 사이의 박스권 장세를 염두에 두고 순환매에 대비한 전략을 구사할 시점으로 판단된다.
◆ 경제지표 차례 = 미국의 주택판매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온 가운데 ‘더블딥’ 주창자인 스티븐 로치가 휴가에서 복귀함에 따라 이번주 중 미국에 부정적인 얘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는 유머 아닌 유머가 돌았다.
시장 관심이 그 만큼 미국의 경제지표에 쏠려 있다는 얘기다. 화요일 미국에서는 증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한 경제지표인 7월 내구재 주문과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가 발표된다.
이어 목요일에는 실업수당신청자수와 2/4분기 GDP잠정치 등이 나오고 금요일에는 개인 소득과 소비, 그리고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수요일 발표되는 7월 산업생산이 주목된다. 또 금요일에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와 7월 경상지수가 나온다.
지난달 말 6월 내구재 주문이 급감하는 등 경제지표가 악화를 가리키면서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를 증폭시켰고 이는 국내외 증시 급락으로 연결된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경제지표와 그에 따른 뉴욕증시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시가 연중 최저치를 경험한 이후 수급과 심리 개선을 발판삼아 기술적 반등을 만들어냈지만 추세전환을 위해서는 펀더멘털 개선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하기 때문이다.
먼저 7월 내구재 주문은 전달 4.1% 감소에서 1.5% 가량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컨퍼런스보드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주가 등을 반영해 전달 수준인 97 정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예상이다.
한편 국내의 7월 산업생산은 높은 수출증가율 등을 고려할 때 지난 6월 5.4%보다 큰 폭 증가해 두자릿수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증시는 이 같은 지표 발표를 앞두고 선조정을 받음에 따라 악재보다는 호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각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낮춘 수준에 부합하는 정도 일뿐 빠른 회복을 나타내는 것은 아닌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삼성전자, 자사주 이후 = 증시의 강한 버팀목 역할을 담당한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취득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삼성전자가 빠른 속도로 매입에 나섬에 따라 이달 초 약속한 물량 306만주 중 보통주 2만9,300주만 남게 된 것.
이에 따라 시장은 향후 삼성전자 주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30만원선이 일시 무너지기도 했으나 자사주 매입과 반도체 현물 가격 상승이 더해지면서 35만원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35만원을 정점으로 최근 나흘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자사주 약발’이 소진된 가운데 반도체 가격마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자사주 취득 이전 주가 수준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 증시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월 초 수준으로 회귀한다는 시나리오는 증시가 다시 바닥을 타진해야 한다는 견해와 맞물리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마무리 이후 일시적인 수급 균형을 잃어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외국인이 팔만큼 팔았다는 인식이 강한 데다 유통물량 감소, 3/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 등을 감안할 때 이후 안정적인 추세를 형성할 전망이다.
먼저 외국인 지분율이 자사주 취득 이전인 지난 5일 52.67에서 52.06으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 2000년 3월 2일 51.60이래 가장 낮은 수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을 비중 축소 기회로 충분히 활용한 셈이다.
또 3/4분기 실적이 기대했던 것보다 양호하다는 견해가 하나둘 씩 증가하고 있다. 동원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이 반도체와 휴대폰 호조에 따라 전분기보다 1,640억원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00억원 늘 것이라고 당초 목표치를 올려잡았다.
동부증권은 기술적으로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완료된 이후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1주일까지는 평균 지수대비 1.16%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1개월 이후의 주가는 오히려 0.38% 시장수익률을 상회했다며 중장기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