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또 부결로 모아진 도덕성 요구
입력
수정
장대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본회의에서 압도적으로 부결된 것은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본다.
두차례에 걸친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이 몰고 올 갖가지 부작용이 걱정스럽긴 하지만, 이틀에 걸친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지않은 도덕적 흠결이 확인된 이상 달리 선택의 길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갖가지 실정법 위반과 탈세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채 장 지명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면 그로 인한 후유증 또한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24억원의 가지급금,부동산 취득과 관련된 탈세,자녀 8학군 입학을 위한 위장 전입 등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고위 공직자로서는 치명적인 결격이다.
부동산 투기문제가 중요한 경제현안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청문회 따로,표결 따로인 결과가 나왔다면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논란이 되었을 것이고,장 상씨 경우와는 잣대가 다르지 않느냐는 시비도 나왔을 것이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 주요 시민단체들이 하나 같이 인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나,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사 등을 감안하더라도 '부결'이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음은 분명하다.
국민들이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제1의 덕목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두차례에 걸친 총리임명동의안 처리과정과 그 결과는 의미가 있다.
문제는 부결 이후다.
총리 부재상태의 장기화가 뭐 그리 대수냐는 시각은 결코 옳지 않다.
그것이 대외적으로 정치적 혼란의 산증거처럼 받아들여 질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집권말기의 레임덕 현상이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번 부결이 또 새로운 기폭제가 돼 그렇지 않아도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감이 짙은 대선정국을 더욱 어지럽고 혼미하게 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대중 대통령은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이미 검증이 끝난 명망있는 인사를 총리로 지명,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총리임명동의안 처리에 앞서 여야가 당론으로 찬반을 정했기 때문에 그 후유증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한다.
이른바 병풍(兵風)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다수의 횡포라는 비난,낙제점 깜짝인사라는 등의 맞대응이 긴박감을 더하게 할지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 정국긴장은 어떤 이유로든 있어서는 안된다.
여야는 모두 무엇보다 경제를 생각하는 자세로 국정운영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