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아파트] 대표 아파트는 '효자'

랜드마크(landmark). 사전적 의미로 경계표 또는 획기적인 사건을 뜻한다. '땅에 표시가 되는 것'쯤으로 굳이 풀어서 해석할 수도 있다. 부동산에선 어떤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로 풀이되곤 한다. '어디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약속당사자들이 굳이 위치를 서로 따져 묻지 않는다면 그 어디가 랜드마크인 셈이다. 주택건설업체들은 아파트단지에 랜드마크 기능을 부여하려는데 적극적이다. 후방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대우건설은 지난 99년 경기도 안산고잔지구에 1천8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실내마감과 단지조경을 기존에 공급했던 아파트와는 한 차원 높이기로 했다. 회사에서 가장 유능한 현장소장이 투입됐다. 랜드마크 기능을 가미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는 그 이후로도 안산고잔지구에서만 4차례에 걸쳐 3천5백여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했는데 분양때마다 큰 걱정없이 아파트를 팔 수 있었다. 1차 아파트를 워낙 잘 꾸며 놓았기 때문에 수요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면서 이후에도 청약률이 높았다. 중견건설업체인 동일토건은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에 동일하이빌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주차공간을 모두 지하에 배치하면서도 지하로 햇빛이 들어오게 설계했고 단지내에는 실개천이 흐른다. 단지내를 오가기 쉽게 하도록 아파트 1층은 뚫려 있다. 동일토건이 짓는 아파트의 상징처럼 꾸몄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천안 불당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예비청약자들을 용인 동일하이빌 아파트로 초청, 예비청약자들에게 랜드마크 아파트임을 인식시켜 줬다. 그 결과 천안 불당지구 아파트는 지방에서 분양됐음에도 현재 98%의 계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잘 지어 놓은 랜드마크 아파트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랜드마크 기능이 부여된 아파트는 이처럼 건설업체 뿐만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잘 지은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 건설회사가 랜드마크 기능을 부여키로 결정한 아파트라면 마감재 수준 평면 단지조경 등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다음에 분양하는 아파트에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랜드마크 아파트는 대단지 아파트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의 분양계획을 따져보면 어디가 랜드마크 아파트인지 알 수 있다. 랜드마크 아파트는 건설회사들이 신경을 써서 건립할 아파트이기 때문에 입주후에도 주변에 비해 매매 및 전세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경우 압구정동 및 구의동 현대아파트, 마포일대의 삼성래미안아파트, 신도림동 대림e-편한세상 아파트, 금호동 대우아파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여기에다 건설회사들은 랜드마크 아파트의 이미지관리에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입주가구를 대상으로 사는데 불편한 사항을 접수, 개선해 주고 있는 회사도 있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집안 구석구석을 고쳐 쓸 수 있는 셈이다. 이미지가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소형 자동차를 구입했더라도 평가높은 자동차회사에서 생산한 자동차이기 때문에 생기는 자신감에 비유될 수 있다. 대우건설 서종욱 상무는 "건설회사로서는 기술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랜드마크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랜드마크 아파트는 투자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