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옛 구로공단 도로 '신음'

서울 유일의 국가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고층빌딩에서 내려다보는 이곳의 모습은 이채롭다. 지난 1970년대부터 이곳을 지켜온 섬유공장과 자동차부품공장 등의 퇴색된 슬레이트 지붕 사이로 멋진 외관을 자랑하는 아파트형 공장들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또 새로 건설되는 건물들이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첨단 시설을 갖춘 벤처타운이 자리를 틀면서 대표적인 제조벤처밸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직후 4백여개이던 입주 업체수는 지난달 9백15개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면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도로와 상·하수도 전력 등의 인프라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지내 도로는 이미 1∼2년전에 소화능력을 넘어섰다는 게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입주업체는 앞으로 더욱 늘어난다. 이 지역에 건립 중이거나 설립승인을 받은 아파트형 공장은 9개동. 이 공장들이 완공되는 2004년께에는 무려 1천3백여업체가 새로 들어오게 된다. 70∼80년대에 놓인 왕복 2∼6차선의 도로들이 이들 공장의 물류를 제대로 소화해낼 수 없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담당부처인 산업자원부와 서울시의 방안이 근본 해결책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신규공장 건립시 인접도로 1차선을 확장토록 규정한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부분적인 1차선 확장이 차량 소통에 큰 효과를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업체는 없다. 산자부의 구도고도화시책도 하천변 정화작업이나 가로수 조성사업,불법시설물 철거작업 등 환경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자부와 서울시의 협력 미비도 근본 해결을 더디게 만들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관리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연내에 이 지역의 종합발전 기본계획을 통해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입주업체들은 한시라도 빨리 인프라가 확충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시 한번 땜질식 처방으로 끝난다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낙후된 공업단지로 되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고경봉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