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제1주제 : 이공계 인력難 원인과 대책

산업계 현장에 쓸만한 이공계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전이 없다'는 것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산업계는 지난 외환위기때 연구개발부문 인력을 우선적으로 줄였다. 경기가 나빠지면 또다시 정리될 지 모른다는 인식이 엔지니어 사이에 팽배해 있다. 이같은 "학습효과"로 인해 사장이나 공장장이 되고 싶다는 엔지니어를 찾기가 쉽지않다. 화학 정유등 기간산업의 경우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엔지니어가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종합기계업체 A사의 모 대리는 "기능직 직원들은 정년까지 근무가 보장된 반면 엔지니어들은 정년까지 일하기는 커녕 부장 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 원인 ] 서울대 조선공학과출신으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박모씨는 "기술인력이나 연구인력으로 계속 커나가더라도 최고경영자가 된다는 비전을 갖기 힘들다"며 "병역특례기간이 끝나는 대로 전공을 경영학으로 바꾼 뒤 해외로 유학가겠다"고 말했다. 둘째는 업무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후 3∼4년간 사원 채용이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인력구조가 다이아몬드나 역삼각형으로 바뀌고 있다. C사 공장의 경우 대졸 엔지니어 2백20명중 부장급이 50명인데 비해 대리와 사원은 3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백40명은 차·과장급이다. H대리는 입사한 지 4년6개월이 지나도록 직속 후배가 들어오지 않아 '막내'역할을 하고 있다. D건설 토목현장의 기술직 사원수가 10명이라면 평균적으로 부장 2명,차장 3명,과장 3명,대리 1명,사원 1명 등으로 구성된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사원과 대리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젠 과장이 작업일보를 써서 발주처 감독에게 보고하고 복사 등 잡무까지 맡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 대졸사원의 평균연령은 지난 91년 34.3세에서 지난해 40.3세로 10년간 6세가량 높아졌다. 두산중공업 대졸 기술직 사원들의 평균연령도 지난 91년 34.9세에서 지난해 37.1세로 조사됐다. 셋째 상대적 박탈감을 꼽을 수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중견 엔지니어들의 상당수는 고졸 기능직 사원과 자신들을 비교할때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고 있다. 책임과 의무만 있을 뿐 보상과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입사 17년의 E사 생산팀장의 연수입은 기능직 사원과 계장,대리 등으로 구성된 팀원 60명중 중간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조합에 가입된 기능직 직원의 경우 시간외수당 심야수당 등 각종 수당을 다 받을 수 있지만 엔지니어들은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휴일에 출근하더라도 수당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F철강 모 공장장은 "공장장보다 수입이 더 많은 기능직 사원도 상당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째는 지방 근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적 풍토에서 지방근무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 대책 ] 산업계로 이공계 출신들을 유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전문가형 엔지니어를 키워야 한다. 기술직은 대체로 사무직에 비해 프로젝트 해결건수 등으로 능력을 평가받기가 쉽다. 따라서 자기개발에 소홀한 엔지니어들은 근속연수가 길어질 수록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 엔지니어를 관리자와 전문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형 엔지니어가 맡은 역할을 수행할 경우 최소한 정년까지는 일할 수 있도록 인사상 배려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연구소처럼 기업에서도 엔지니어에게 선임위원 수석위원 전문위원 등의 차별화된 직책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둘째 근무의욕을 제고해야 한다. 철강 화학 정유업체의 공장은 대부분 해안에 있다. A사의 경우 규정상 공장에서 2년간 근무하면 본사에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지켜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효율적인 인사관리를 통해 공장과 본사 엔지니어간의 순환근무를 보장해 사기를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엔지니어에게는 해외기술연수 MBA취득 지원 등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셋째 인재의 주력 기간산업 진출을 유도해야 한다. 주력 기간산업에 취업하기로 약속한 고교생과 공대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다. 화학 철강 등 업종단체와 기업,정부가 분담해 장학기금을 조성하면 된다. 이공계 인력에 대한 대표적인 인센티브인 병역특례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전문연구요원 배정인원 증대 △전문연구요원의 의무복무기간 축소 △대기업 연구기관에 대한 전문연구요원 배정제한(10년경과) 폐지 등을 기대하고 있다. 공대 교수를 채용할 때 현장 경험이 있는 박사 학위자를 우대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넷째 공대 교육의 혁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장맞춤형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하기위해 프로젝트 수행 결과로 학위 논문을 대체하는 등 연구현장 근무에 중점을 둔 전문대학원을 신설할 수 있다. 공대 교과과정을 산업 수요에 맞게 개편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와 관련,공대에서 반드시 가르쳐야할 과목을 산업별로 파악한 뒤 매년 발표해야 한다. 기술인력 기반 강화도 중요하다. 러시아 및 동구권 국가,일본,독일 등에서 산업기술인력이나 퇴직기술자를 초청,기업연구소나 중소·벤처기업에서 활용하는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병역문제가 없는 여성기술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