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 강타] 한가위 물가 '초비상'

태풍 '루사'가 주로 농촌지역을 강타함에 따라 추석을 앞둔 채소 과일 등 농수산물 가격의 폭등이 우려되고 있다. 산업체의 경우 태풍이 공단 밀집지역인 울산 포항 등 동남부와 경기지역을 비켜간데다 기업들이 만반의 대비를 한 탓인지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일부에서 정전에 따른 공장 가동중단과 통신두절 등 경미한 피해만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농수산물 가격 급등 비상 이번 태풍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이 전국의 주요 채소 및 과일 산지다. 가뜩이나 추석을 앞두고 꿈틀거리던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제수용품으로 팔리는 배의 경우 주산지인 나주와 울산의 낙과(落果) 피해율이 80∼1백%에 이를 정도로 피해가 크다. 이에 따라 배값이 추석을 앞두고 두 배 이상 치솟을 것으로 과일 경매사들은 예상했다. 농협가락공판장 천호진 경매사는 "나주 울산 김해 등 남부지역의 배 피해가 커 추석 수요를 맞추는 데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북 영주,봉화산,문경,상주 등 사과 주산지에서도 태풍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이들 산지의 햇사과 값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락농산물시장의 경우 햇사과인 아오리가 태풍직전에 15㎏ 한 상자당 2만5천원에 거래됐으나 이번 태풍으로 반입량이 줄어 가격이 20%이상 뛸 것으로 내다봤다. 햇밤과 단감 등 비교적 태풍 피해가 적었던 제수용품도 도로유실 등으로 물량반입이 원활치 않아 가격급등 품목에 포함될 것으로 유통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지난달 31일 40㎏짜리 햇밤 한포대가 5년 평균가격인 12만원대 보다 58%나 오른 19만원대에 거래됐다. 청양고추 산지인 경북 예천지역 등의 피해가 커 고추 10㎏짜리 한 상자값이 평년보다 20∼50% 높은 2만7천∼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고랭지 채소 산지인 강원도는 태풍의 직격탄을 맞아 배추와 감자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배추 5t트럭 한 차(상품)는 5백46만원에 거래돼 5년 평균가격인 표준가격(3백27만원)보다 67%나 올랐다. 수산물가격도 불안하다. 잔멸치는 1백g기준으로 1천9백∼2천1백원으로 20%가량 올랐다. ◆큰 피해 없는 산업계 주요 대기업의 사업장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는 전날 저녁부터 창원 무기 김해 청주 오산 등 주요 사업장에선 만일의 태풍피해에 대비했으나 뚜렷한 피해상황이 접수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과 삼성SDI 수원사업장도 태풍으로 나무가 뽑혀나가고 창문이 파손되거나 누수가 발생하는 등의 피해가 있었지만 생산라인 가동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포스코도 지난 밤 광양·포항사업장을 중심으로 비상상황에 대비,특별한 피해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도 아직까지 이렇다할 비 피해보고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 밤 강원 영동 동해 속초지역의 기지국 3백53개소에서 강풍에 따른 유선전송망 파손과 정전사태가 빚어져 복구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강릉 등 영동지방과 전남·북,경북,제주지방을 중심으로 산사태와 침수피해로 도로유실 등 교통이 두절된 곳이 적지않아 일부 중소업체들이 적지않은 비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일부 지역에서 정전 사태로 인해 공장가동 중단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