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공적자금 관리 '구멍'

1백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의 관리와 회수책임을 지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예보)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적자금 투입에 급급한 나머지 금융회사와 형식적인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체결하는가 하면 부실책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노력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무리한 MOU체결=예보가 국회 공적자금 특위위원인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4분기까지 13개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의 MOU 미이행 건수는 총 1백37건에 달했다. 이성헌 의원은 "이처럼 이행실적이 저조한 것은 MOU 체결과 이행실태 점검이 형식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서울은행의 경우 일부 재무비율 목표가 3분기 연속 미달했다. 또 조흥은행은 본점이전 약속을 6개월째 지키지 않고 있으며,우리금융 지주회사의 경우 합병금융기관간에 IT(정보기술)부문의 통합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에 대한 예보의 처벌은 시정요구 등 경미한 처분이 전체의 79.4%를 차지하는 등 '솜방망이'징계에 그쳤다. 예보측은 그러나"MOU에서 가장 중요한 재무비율 목표는 대부분 달성됐다"면서 "임원엄중주의 조치가 6건에 불과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고 반박했다. ◆손해배상 청구에 인색=예보가 지난 97년 말부터 올 7월 말까지 금융회사와 부실기업 임직원들의 위법·위규 행위로 인한 손실을 조사한 결과 4천5백35명이 모두 15조5천6백9억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3백32개 금융회사에서 14조4천14억원,3개 부실기업에서 1조1천5백95억원 등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러나 예보가 이들 부실책임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금액은 전체의 8%인 1조2천4백51억원에 그쳤다.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종근 의원은 "경영판단 등 재량권 범위내 행위는 책임을 묻지 않은 결과"라면서 "실제 손실 초래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보측은 "부실책임자의 실제 보유재산과 소송비용 등을 감안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