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1965년 여름,미국 중부 아이오와주 메디슨 카운티의 한적한 시골마을 윈터셋. 남편과 아이들을 가축박람회에 보내고 혼자 차를 마시던 중년여인(프란체스카 존슨) 앞에 카메라를 든 사진작가(로버트 킨케이드)가 나타나 '지붕 있는 다리'가 어디 있는지 묻는다. 이 빠진 컵을 무심코 쓸 만큼 일상에 찌들었던 여자는 들꽃을 꺾어주는 남자를 만나 사흘동안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가족이 돌아올 때쯤 남자는 '평생 단 한번 오는 사랑'이라면서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여자는 끝내 따라나서지 못한다. 그리곤 죽기 전에 자식들에게 유골을 '로즈맨 다리' 아래에 뿌려 달라고 유언한다. 단조로운 일상의 중년여성에게 어느 날 찾아온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이 바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다. 아이오와주 태생 경제학 교수로 사진도 찍던 로버트 월러가 92년 발표한 이 소설은 세계 각국에서 대대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12개 언어로 번역돼 1천2백만부 이상 팔렸고 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 제작됐다. 소설에 이어 영화까지 히트하면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세계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영어 명칭이 복수인 데서 보듯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하나가 아니다. 원래는 소설과 영화의 주배경인 로즈맨(Roseman)과 책 표지의 시더(Cedar)다리 외에 호그백(Hogback),컬터 도나휴(Culter Donahoe),헐리웰(Holliwell) 다리 등 모두 7개였으나 지금은 5개만 남아 있다. 다리의 가장 큰 특징인 빨간 지붕은 1870∼1883년 건설 당시 다리의 나무가 비 때문에 손상되는 걸 막으려던 것이라고 한다. 로즈맨 다리와 함께 가장 유명한 '시더 브리지'에 불이 났다고 한다. 시더 다리는 남아있는 메디슨카운티 다리중 유일하게 차로 달려볼 수 있는 곳이다. 98년 대대적으로 보수했는데 뜻밖의 불로 거의 전소됐다는 것이다. 옥수수밭과 콩밭 사이에 있는 프란체스카의 집(관람료 5달러)과 함께 아이오와주의 가장 중요한 관광상품중 하나라는 시더 브리지가 어떻게 복원될지,복원된 뒤에도 계속 세계인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