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덩치키우기 가속 .. 국민銀 자산 200兆 돌파

국민은행은 지난 8월말 현재 총 자산규모가 2백3조2천5백49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이로써 국민은행은 국내 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산 2백조원 시대'를 열게 됐다. 이는 자산규모로 국내 2위인 우리은행(8월말 현재 97조원)의 두 배이며 조흥 외환 등 자산 50조원 안팎인 중견 은행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민은행은 이달말 옛 주택은행과의 전산통합을 마무리짓고 내달 1일부터 새로운 CI(기업이미지 통합)를 선보이며 '덩치'를 앞세운 본격적인 공격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때문에 국민은행의 자산 2백조원 돌파는 국내 은행들 사이에 추가 합병 등을 통한 덩치 키우기 경쟁을 더욱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피할 수 없는 무한경쟁 =은행권에서 '힘 깨나 쓰는' 은행으로 자리잡으려면 자산규모가 적어도 1백조원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이덕훈 우리은행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등 은행권 최고경영자들은 최근들어 부쩍 '1백조원'이라는 숫자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인수.합병이나 영업력 강화를 채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은행 자산이 1백조원을 밑돌면 적정 수준의 정보기술(IT) 투자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효율성이나 대고객 서비스에서 다른 은행에 뒤지지 않으려면 1년에 적어도 1조원은 IT에 투자해야 한다는게 정설"이라며 "적정규모의 이익유보 및 배당까지 고려하면 총자산이익률(ROA)을 지금보다 크게 개선된 1.5∼2%로 잡아도 자산규모가 1백조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장은 "우리나라는 모든 은행이 개인금융에서부터 기업금융, 심지어는 대부업까지 '올코트프레싱'을 하고 있어 덩치가 작은 은행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 드러나는 지각변동 =가장 먼저 합병을 가시화시킨 곳은 하나은행이다. 연내에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하나+서울은행'은 자산규모 84조원으로 국민과 우리은행에 이어 국내 3위은행으로 올라선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추가 합병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끝없는 덩치키우기 경쟁을 예고했다. 우리 신한 등 중위권의 다른 은행들도 덩치키우기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 합병 시나리오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장 좋은 합병 파트너로 '하나+서울은행'을 꼽고 있으며 2순위로 조흥은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회사의 라응찬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은행과 합병협상을 벌이고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합병논의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듯 보이는 조흥.외환.제일은행도 다각도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차병석.김인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