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써야 팔린다] 야누스 실버.선키스 오렌지車

컬러가 제품의 경쟁력을 바꾼다. 기능과 편의성이 제품의 성패를 가르던 시대는 지났다. 기술 수준이 엇비슷해지면서 '성공 제품은 소비자들의 눈부터 만족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철칙이 등장했다. '백색가전'으로 통칭되던 가정용 전자제품은 이제 '백색'이란 접두어를 떼버렸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 '야누스'라는 별명을 얻은 자동차도 나왔다. "제품에 어떤 옷을 입힐까." 상품 개발부서의 최대 고민이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야누스 실버'라는 컬러를 선보였다. 스포츠카인 투스카니 2003년형에 처음 적용된 색상이다. 전체적으로는 은색이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때론 붉은 보라빛으로, 옅은 비취색으로... 색상의 변화는 순간적으로 차의 이미지까지 바꾸어 놓을 정도다. 두 얼굴을 한 '야누스' 컬러가 변화의 모든 것은 아니다. 무채색 일변도의 자동차 색깔이 이제 화려한 유채색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새로 내놓은 준중형차 SM3에 '선키스 오렌지(Sunkiss Orange)'란 컬러를 채택했다. 노란색과 주황색을 혼합한 이 색깔은 일반적인 오렌지색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태양을 입맞춘 오렌지'라는 이름처럼 풍요로우면서도 싱그러운 색깔이다. 삼성전자는 '하우젠 김치냉장고'를 내놓으면서 20~30대가 선호하는 4가지 파스텔 톤 색상을 선보였다. 올해초 금색을 입힌 김치냉장고 '프리미엄 다맛 골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고급 제품에도 서둘러 컬러를 적용한 것이다. 물론 시장의 반응은 예상대로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양문형 냉장고 '인테리어 지펠'이 GE 월풀 등 외산 제품의 공략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이 '색(色)'에 있었다고 믿는다. 흰색 일변도의 냉장고에 다크월넛 체리 등 5가지 컬러를 입혀 내놓자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삼성의 지펠 냉장고 판매에서 인테리어 지펠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4분기 5%에서 올해 2.4분기에는 45%로 확대됐을 정도다. LG전자도 올해 디오스(DIOS) 냉장고 신제품 23개 모델을 내놓으면서 티타늄 색상을 적용했다. 애틀랜틱 블루와 오리엔탈 골드, 문 실버 등 10여가지 색상을 추가해 원하는 색상에 따라 다양하게 패널과 손잡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PC도 달라졌다. 데스크톱PC는 전통적인 베이지색에서 탈피, 톡톡 튀는 컬러를 적용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애플컴퓨터는 투명 베이지색에서 벗어나 블루베리 라임 오렌지 스트로베리 바이올렛 등 다양한 색상의 아이맥 컴퓨터를 출시했다. LG-IBM의 데스크톱PC '멀티넷X'는 은은한 메탈블루 색상을 택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소재 및 컬러기획팀 정병식 책임 디자이너는 "소비자들이 기술적 완성도를 따지는 실용적 구매패턴에서 벗어나 안락함과 편안함, 우아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감성적 욕구를 더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