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송대상 아나운서상 받은 '황수경'

"올해로 방송일을 한 지 10년이 됐어요.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시점에서 받은 상이어서 저에겐 채찍과 같은 상이라고 할 수 있죠." 지난 3일 2002년 한국방송대상 아나운서상을 받은 KBS 아나운서 황수경씨(31)는 상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고 한다. "마침 좋은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고 월드컵 때 운좋게 큰 특집프로그램들을 진행하게 돼 상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황씨는 지난 98년 9시뉴스를 그만두고 '열린음악회'의 진행을 맡았다. 2000년부터는 'VJ특공대'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당시에는 그런 프로그램을 맡은 것이 별로 달갑지 않았어요. 아나운서에게 뉴스가 전부라고 여기던 시절이었죠.지금은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씨는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황현정 씨,KBS 뉴스7을 진행하는 황정민 아나운서와 입사동기다. 이른바 '황트리오'다. "입사 초기에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였어요. 세명 다 뉴스를 하고 싶어 했으니까요. 지금은 서로 모니터해 주고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이예요." 황씨는 2000년 '대화-세기를 넘어서'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사회의 원로를 찾아가서 21세기 한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아흔이 다 되신 국내 첫 균학박사를 모시고 2∼3일을 함께 보냈어요.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죠.나중에 그 분이 돌아가시면서 저를 계속 찾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조카분들이 부랴부랴 연락을 해왔는데 방송 때문에 가지 못했어요. 방송이 끝나고 전화를 했더니 이미 돌아가셨더군요. 너무 가슴이 아파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아나운서로서 최고의 상을 받았고 방송인으로서 능력도 인정받고 있지만 황씨는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2∼3년 전부터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방송일이 너무 즐겁지만 제가 계속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표피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데서 벗어나 좀 더 깊이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요."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