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9.11테러 이후 달라진 것

[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9·11테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미국은 그동안 유례없는 테러의 공포속에서 지냈다. 경제적으로는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이 꺼지고,기업회계 부정사건이 발생하는 등 나쁜 경험도 겪었다. 미국의 경제위상이 흔들리고,뉴욕증시도 크게 떨어졌다. 총체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셈이다. 테러공포와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훌륭한 정치 경제 시스템이 역경을 이겨내는 든든한 초석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도 미국에서는 정치 경제 군사 등 전분야에 걸쳐 시스템 변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 취임 연설에서 "정부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 자체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 말을 '자유시장 옹호,인권 보호 등을 위해서는 정부개입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레이건의 취임사는 20여년 동안 금언처럼 여겨져 왔고,그의 후임 대통령들도 비교적 이를 지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한마디로 정부의 역할이 커졌다. 정부는 이제 바다 건너 테러리스트들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인 최고경영자(CEO),회계사들로부터 시민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 이처럼 시민보호와 기업개혁의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다 보니 정부 권력은 당연히 막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예산은 82년 이래 가장 큰 규모로 늘어났고,경제 분야에서는 정부 감시와 개입이 70년대말 수준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이제 정부권력은 균형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항상 막강한 권력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하루 빨리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부간섭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가 지속되면 기업가 정신은 움츠러들고,궁극적으로 국가 경제성장이 타격을 받는다. 군사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군비증강으로 국가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위기상황을 구실로 과도하게 국방력을 키운다면 이는 자본시장에 왜곡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덩치를 키우기보다 국방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 기업에 쓰일 돈을 불필요하게 국방쪽으로 전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미 미국은 국방비 증액 등으로 재정수지가 급격히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국제관계도 중심을 찾아야 한다. 냉전이 끝난 후 미국은 주로 국제통상에만 관심을 쏟아 왔다. 이제 9·11테러 사건을 계기로 각 지역에 맞는 지정학적 전략을 수립할 시점이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려면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9·11테러의 상흔은 아직 아물지 않았다.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위기는 곧 기회다. 지난 1년 동안 테러공포속에서 미국의 시스템과 가치관이 흐트러졌다면 이제는 다시 제자리를 찾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하나씩 풀어나가는 지혜를 모을 때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9월16일)에 실린 브루스 너스바움 편집주간의 '9·11,What Has Changed'란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