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人村 한국경제 이끈다"

"후배들 힘내세요."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 출신의 간판 CEO(최고경영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후 4시 서울공대 신공학관 301동 102호에서 후배들 앞에 섰다. 이날 계단식 강의실은 2백여명의 서울공대생들로 열기가 그득했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수강해줘서 고맙다"며 "이공계 기피현상을 이겨내고 한국경제를 이끌 인재로 성장해 달라"고 격려했다. 윤 부회장이 맡은 '기술혁신의 경영'이란 과목의 올 2학기 CEO 강의는 이렇게 시작됐다. 윤 부회장은 "1학기엔 학부생들이 많았지만 이번엔 1백50명 수강생중 학부생은 단 5명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석.박사 과정"이라며 "리포트보다는 수업 열의를 중요한 평가잣대로 삼겠다"고 밝혔다. 출석비중을 절반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종강 날 지난 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맥주파티를 열 예정"이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 다음 양복 저고리를 벗고 강의에 들어갔다. 파워포인트 자료를 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대형 화면에 띄우면서 '패러다임 전환기의 경영'에 대해 강의하기 시작했다. "애널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어요. 우선 산업간 '벽'이 없는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패러다임 변화에 실패한 일본이 주저앉고 아일랜드와 핀란드가 디지털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등 국가의 순위가 바뀌고 있죠." 그는 "이처럼 급격한 변화는 새로운 기술의 발명에서 비롯됐고 기술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패러다임 전환기의 기업 경영자는 미래에 대비해 씨를 뿌리고 묘목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공대 박사과정의 한 학생은 "CEO 강의를 통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가 어떤 형인지, 산업현장 엔지니어로서 어떤 점을 갖춰야 할지를 알 수 있었다. "고 밝혔다. 석사과정의 한 여학생은 "현장을 누비는 기업인을 통해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공부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수업조교 박성범 씨(26.전기컴퓨터공학부 박사과정)는 "윤 부회장이 지난 1학기 강의에서 학생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얘기를 듣고 동료 3명과 함께조교를 자원했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20분간 휴식후 1시간 10분여에 걸쳐 CEO로서 성공한 비결, 좌우명 등에 대해 후배들에게 털어놓은 다음 첫날 강의를 마무리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