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14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MBC 오후 11시10분) =아파트 단지내 조그만 은행에서 일하는 김봉수(설경구). 갑자기 멈춰버린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모두들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데 자신은 전화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충격받는다. 봉수가 일하는 은행 맞은편 보습학원에는 그를 바라보며 사랑을 키워 가는 여자 원주(전도연)가 있다. 그러나 봉수는 그녀의 마음을 모른다. 그러던 어느날 원주는 봉수의 창구로 가서 통장과 함께 '같이 저녁식사를 하자'는 메시지를 건네지만 그만 거절당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행에 홀로 남게 된 봉수는 은행 감시 카메라에 찍힌 원주를 발견한다. 감시 카메라를 향해 '봉수씨'라고 부르는 원주의 입 모양을 몇 번이고 확인한 봉수는 마침내 그녀의 사랑을 깨닫고 학원 앞에서 원주를 기다린다. 박흥식 감독의 자작 시나리오 데뷔작이다. □ 4월 (EBS 오후 10시) =감독인 난니 모레티 자신의 사적인 삶과 정치적인 영역을 혼합한 코미디 영화. 그의 아내인 실비아 노노가 4월에 태어난 아들 피에트로를 임신한 시점부터 2년 반 동안 일어난 일을 시간 순서에 따라 일기를 쓰듯 그렸다. 모레티의 아들 피에트로가 태어난 날은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로 선거에서 좌익 정당이 우익을 제치고 승리를 거둔 날이다. 영화감독인 난니는 이탈리아의 정치적인 현실을 반영한 성인용 다큐멘터리와 요리사에 관한 유아적 환상을 다룬 뮤지컬중 무엇을 만들 것인지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영화는 아들 피에트로의 탄생이라는 사적인 영역과 영화 제작, 이탈리아의 정치와 같은 공적인 영역 사이를 넘나든다. 영화의 주제는 유아주의와 성인다움의 대립이다. 이 대립은 좌익 정부가 들어선 이탈리아로 확장된다. 감독은 이탈리아가 성인 국가로 탈바꿈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