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증권업계의 모럴해저드

지난 8월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이 합쳐져 새출범한 굿모닝신한증권이 잇단 악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직 합병 초기의 어수선함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시스템 사고에 직원횡령 사건까지 터졌다. 이번 횡령 사건은 최근 주가조작 및 기관계좌 도용 등 증권업계를 얼룩지게 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중 하나다. 상황이 이쯤 되니 합병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려 '3년내 업계 2위로 도약한다'는 기치를 내건 도기권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의욕에 찬 합병 청사진을 발표하기에 앞서 집안정리부터 제대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같은 비아냥은 도 사장의 소신발언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얼마전 증권유관기관이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증권사 통합은 강조하면서 증권유관 기관들은 스스로의 구조조정에는 너무 느긋하다"고 밝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실 도 사장은 증권업계에선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3년여전만 해도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던 옛 굿모닝증권을 '우량증권사'로 부활시킨 1등공신으로 평가받았다.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굿모닝+신한'의 합병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런만큼 새 합병증권사의 '사령탑'으로서 그에게 거는 기대도 컸었다.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굿모닝신한증권에 쏟아지는 업계의 비난도 이같은 시각에서 보면 일견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이같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현재 업계가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다. 굿모닝신한증권에서 터진 일련의 사건은 이 회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전체가 안고 있는 현안이다. 현대.키움닷컴 증권의 직원횡령 사건, 대우증권에서 벌어진 기관계좌도용 사건 등 모럴해저드 사례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도전'이란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는 도 사장은 물론 증권업계가 영원한 숙제인 모럴해저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성연 증권부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