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분식회계 배상판결] 유사소송 연쇄파장 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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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전자 전 임직원과 안진회계법인 등에 대해 배상책임을 지운 이번 재판의 판결이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그동안 한국강관의 소송처럼 부실회계를 눈감아준 회계법인에 손해배상을 물은 법률적인 판례(97년)는 있었지만 분식회계 규모가 방대한 대기업과 소액투자자가 다툰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우 계열사는 물론 진로 대농 고합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모든 기업의 전 임직원과 금융회사, 부실감사 회계법인에 대한 손해배상 재판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결의 연쇄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관행처럼 분식회계를 일삼았던 국내 기업들과 회계법인은 '과거의 원죄' 때문에 형사법정에 서는데 이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액수를 물어내야 하는 분식회계 손해배상 악몽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 대우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
현재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중인 대우그룹 관련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모두 6건.
(주)대우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등을 상대로 6백여명의 소액주주들이 2백여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고 있다.
이번 판결로 대우계열사 소액 주주들의 승소확률은 높아졌다.
사건의 쟁점이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분식회계를 통해 거짓 정보를 공시했으며 이를 믿고 주식을 샀다가 손실을 봤으니 물어내라"는 것으로 이번 사건과 똑같다.
법원이 분식회계를 저지른 전직 임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데 이어 민사상 책임도 물었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소액주주들이 승소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봤다.
분식회계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소액 투자자들의 소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분칠해진 회계자료만 믿었다가 회사부도로 인한 감자(자본금 감소) 등으로 소유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바람에 재산상 손실을 입은 소액투자자들은 추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 분식회계 이후 주식 사야 승소
이번 판결을 보면 소액주주의 투자시기와 투자방법에 따라 손해배상 인정여부가 엇갈린다.
투자자측 소송대리인인 김진희 변호사는 "법원이 분식회계에 따른 소액투자자의 입장을 들어줘 다행이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5명의 원고중 3명은 승소했지만 2명은 패소했다"며 "승소자는 대우의 분식회계 작업 이후 주식을 산 투자자이며 패소자는 분식회계 이전에 주식을 샀다가 팔지 못해 손해를 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분식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주식을 산 사람에겐 대우와 회계법인이 책임이 없다고 법원이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 다른 소송에도 파장
현재 공적자금을 투입한 예금보험공사가 부실기업주는 물론 채권은행단,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줄줄이 손해배상 소송을 내고 있어 이번 판결로 큰 힘을 받게 됐다.
부실책임 도마에 오른 금융계와 재계, 회계법인 임직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으나 예보의 입장은 단호하다.
환란 후 예보는 1999년 6월부터 3년간 퇴출된 은행 보험 종금사 신용금고 신협 등 모두 3백개 금융기관의 임직원 2천5백67명을 대상으로 1조2천2백8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며 4천4백11건(1조1천8백20억원)의 재산을 가압류한 상태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