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이라크 공격의 앞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2일 유엔총회 연설 이후 이라크 처리에 더 힘을 얻은 듯하다. 14일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만났을 때도 이라크 문제에 대해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유엔총회장에서 연설했을 때 비친 경직된 인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라크를 단호하게 처리하라고 유엔에 촉구함으로써 큰 짐을 던 인상이었다. 유엔과도 협의한 만큼 미국의 계획대로 할 수 있게 됐다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국민들의 반응도 나아졌다. 미국의 시사전문 뉴스위크지가 이날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부시의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지지도가 8월 후반 61%에서 70%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승리 후 80% 이상으로 높아졌던 지지도가 오사마 빈 라덴을 잡지 못하고 경제회복이 늦어지면서 뚝 떨어졌으나 다시 상승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 문제에 대한 잇단 정견 발표가 부시의 지지도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라크 공격시 아랍세계의 반발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미국의 군사 공격 자체에 대해서는 70% 이상이 찬성했다. 뉴스위크의 설문조사가 아니더라도 미국 국민들은 대체로 이라크 공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방국의 지지나 협조를 얻으면 다행이지만,안되더라도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인식들이 뉴스위크의 설문조사에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미국 국민의 인식과 달리 국제사회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러시아 중국은 물론 독일 등 전통 우방도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작전을 우려하고 있다. 아랍세계의 반발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조짐이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세계평화를 가로막는 독소지만,미국 혼자만의 노력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중동지역 전체의 불안을 가중시키고,회복불능의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유엔의 새 결의를 촉구한 부시의 연설이 '말의 수사'에 그치지 않길 바라고 있다. 단독 군사작전을 강행할 명분을 얻기 위한 통과의례가 아닌 문제해결의 장으로 유엔을 활용하길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