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자) 헛구호 돼버린 '작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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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정부 각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조직확대와 인원증가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행자부에 따르면 인력수요가 많은 치안 교육 소방직을 제외하고도, 올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11개 부처에서 늘어난 공무원수가 1천89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정권 출범초엔 '작은 정부'를 내세우지만 임기말에 되돌아 보면 정부조직이 오히려 확장된 것으로 나타난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기업 금융 노동과 함께 정부부문 구조조정을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현정부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내년에 새정부가 출범하면 또 정부조직 축소 얘기가 나올 게 분명한데 지금까지와 같은 행태가 되풀이돼선 결코 안될 것이다.
그러자면 왜 역대정권의 정부개혁 노력이 실패했는지 그 원인을 따져 대처해야 마땅하다.
물론 경제·사회환경의 급변에 따른 행정수요 증가,고질적인 부처이기주의,뿌리 깊은 관주도 문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정부기능을 효율적으로 재편하지 못한 것이 근본원인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한마디로 행정수요가 폭증하는 분야의 공무원수를 늘리는 대신 수요가 줄었거나 더이상 정부개입이 필요 없는 분야에선 조직과 정원을 대폭 줄여야 마땅한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예를 들어 우편물이 폭증한 우체국이나,외환위기 이후 그 역할이 과거에 비해 훨씬 중요해진 사회복지부문의 경우 집배원과 사회복지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비해 소관업무가 대폭 축소되거나 역할을 미래지향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는 농림부 산자부 정통부 등은 여전히 산하조직과 정원의 감축을 도외시하고 있다.
다른 부처도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니 예산낭비는 물론 조직존립을 위한 불필요한 규제남발,업무중복으로 인한 효율저하와 집단이기주의 등 그 부작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얼마전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이 정부조직의 비대와 비효율, 그리고 지나친 행정규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정부가 규제개혁위를 설치하고 수많은 규제를 철폐하면서 정부조직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둔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규제개혁이 성과를 거두려면 정보화와 세계화라는 시대흐름에 맞게 정부조직을 대폭 축소하고,정부가 꼭 해야 할 일과 개입할 필요가 없는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