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규제 감독이 능사 아니다 .. 오이겐 뢰플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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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겐 뢰플러
지난 1년 동안 세계 금융시장에는 스캔들이 잇따랐다.
회계부정,탈세,최고경영자에 지나치게 관대한 스톡옵션이나 연금 체계,회계법인과 투자은행 그리고 브로커 중심의 이해상충 등은 과거에도 있었고 오늘날도 여전하다.
미국에서 터지기 시작한 회계스캔들로 인해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손상됐고,전 세계의 주식시장은 침체에 빠지게 되었다.
한때 각광 받던 '닷컴''B2B',심지어 '주주 가치'와 같은 전문용어들은 급속히 그 매력을 잃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이 말을 자랑스럽게 쓰던 사람들조차 이제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일부 시사문제 해설자들은 '자유시장'과 '자본주의 개념'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자유시장체제보다는 전통적 국수주의적 가치 뿐만 아니라 엄격한 법과 규정 그리고 감시 감독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여 가고 있다.
자유시장체제를 살펴보자.주식시장에서의 과잉투자 거품이 있었고 대파산도 있었으며,심각한 회계 문제와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바라보면 이러한 것들은 결코 새로울 것이 없는 일들이다.
왜냐하면 수십년마다 주식시장의 대폭락이 있었고,광범위하고 엄청난 스캔들이 갑자기 터진 적도 있었다.
또 인터넷 거품도 낯선 현상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철도 자동차 라디오 그리고 1970년대 초반의 주식시장 성장으로 인한 거품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 모든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이례적인 수익'을 안겨주었다.
지난 25년에 투자된 1달러는 97년엔 1천8백30달러가 되었는데,이것은 거의 2천배나 불어난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세도 이러한 수준의 손실을 보지 않았다.
단지 98년부터 2000년까지의 수익을 잃고,97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일 뿐이다.
하지만 그동안 GDP(국내총생산),1인당 국민소득,그리고 복지 수준은 크게 향상됐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자유시장경제체제와 그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자본시장의 이점에 심각한 의혹을 제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혹자는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거품과 스캔들은 감당해야 하는 '필요악'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규제나 감독이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금융시장은 신뢰와 투명성에 의존하며,이를 기업 스스로 이루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법과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법과 규제에도 치러야 하는 대가는 있게 마련이다.
지난 90년대에는 사회전반의 '규제 완화'라는 대명제 때문에 규제를 철폐하려는 노력이 지나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회계스캔들 때문에 규제를 위한 규제를 추진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사외이사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인 그리고 내부 감사원,심지어 당국의 엄격한 감독이 결합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발생할 사건이나 스캔들을 다 막을 수는 없다.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변하지 않는 한 규제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사고방식의 변화란 단지 경영자가 변해야 한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투자자와 금융상품 구매자 또한 변해야 한다.
고객들은 좀 더 신중하게 기업의 신용과 신뢰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고,고수익 보장에만 초점을 둬서는 안된다.
최악의 경우에는-대우사건 때 관련된 수익증권의 손실과 같이-누군가가 고객들을 손해로부터 보호해 줄 것을 바라서도 안된다.
고객 뿐만 아니라 경영자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자유시장이 제대로 움직여야 하고,손실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직접 그 책임을 져야 하며 그것이 명성이나 일자리를 잃는 것이 되든,기업의 폐쇄이든,고객의 입장에서는 돈을 잃는 것이든-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오로지 이러한 고통만이 진정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고,사람들이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며 위험관리를 잘 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일시적인 안도감을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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