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산골마을 아이들은 어디에..KBS1 '황금들판 달리던 아이들'

1982년 야외찰영용 ENG카메라가 도입됐다. 스튜디오 안에만 머물던 카메라가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KBS 촬영팀은 그 카메라를 들고 충북 원남면 덕정리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산골오지의 추석나기,1시간 이상을 걸어서 통학하던 아이들,툇마루에서 송편을 빚던 사람 등을 카메라에 담아와 화제가 됐다. KBS 1TV는 그 산골마을의 20년 후 모습을 담은 추석특집 '황금들판을 달리던 아이들'을 22일 오전 10시10분 방송한다. 7살 코흘리개 꼬마에서 어느 덧 27살의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한 반용화씨.마을의 이름난 개구쟁이였던 반씨는 20년 동안 많이 변했지만 장난기만은 여전하다. 반씨는 이제 고향을 떠나 충북 음성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조부모님이 계신 덕정리를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간다. 얼마 전 폭우때도 어른들의 안부와 논을 살피고 왔다.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반씨의 꿈은 전문 농업 경영인으로 고향을 지키는 것이다. 82년 당시 12살이었던 박현규씨(32).그 해 추석은 박씨에게 고향에서의 마지막 추석이었다. 20년전 고향을 떠난 박씨는 현재 청주시내의 한 상가에서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너무 일찍 떠나버린 고향은 그에게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추석을 앞두고 했던 벌초.부쩍 건강이 나빠진 부모님을 생각해 벌초에 참석했지만 초등학교 5학년 이후 고향과 함께 아버지의 품도 떠났기에 부자 사이는 서먹하기만 하다. 이제 덕정리에서는 60세 노인이 청년으로 통한다. 마을의 최연소자는 40세.달구지 얻어 타는 재미에 1시간 통학 길도 재미있어 하던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그곳에 없다. 90가구에 가깝던 집은 절반도 안 되는 40가구로 줄어들었다. 달구지 얻어 타던 통학 길은 노란 스쿨버스에 자리를 내어 준 지 오래다. 하지만 해마다 추석이면 황금들판을 달리던 아이들이 다시 찾아들고 고향은 분주해진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