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화폐] 상품권 시장 고속성장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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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신용카드에 이어 '제3의 화폐'로 불리는 상품권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매년 50%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종류와 쓰임새도 다양해졌다.
요즘엔 추석을 맞아 선물용으로 상품권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인터넷에 사이트를 개설해 놓고 각종 상품권을 사고파는 상품권 유통업자도 수백명에 달한다.
◆시장 급팽창
상품권 시장은 99년부터 해마다 50% 안팎 팽창하고 있다.
시장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긴 어렵지만 대략 98년 1조6천억원,99년 2조원,2000년 3조원,2001년 4조5천억원선으로 추산된다.
상품권 시장은 올해 6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상품권 발행이 금지됐다가 풀린 94년 발행액이 5천억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8년만에 10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정부가 개인신용카드로도 상품권을 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있어 상품권시장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3인방'점유율 90%
백화점·주유·제화 상품권이 가장 많이 팔려 '상품권 3인방'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백화점 상품권이 전체 판매량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상품권을 팔았다.
웬만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매출보다 많은 금액이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증가율도 연평균 70%에 근접한다.
올해는 백화점들의 상품권 판매금액을 모두 더하면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유상품권은 올해 7천억∼8천억원,제화상품권은 6천억∼7천억원어치가 팔릴 전망이다.
SK LG정유 등은 주유상품권 사용처를 백화점 등으로 꾸준히 넓히고 있다.
주유?제화 상품권이 상품권 시장에서 점하는 비중은 각각 10%대이다.
◆강력한 도전자들
3인방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다크호스'는 지난해 첫선을 보인 국민관광상품권.백화점 호텔 여행 놀이공원 등 다양한 곳에서 쓸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이 상품권은 문화관광부 후광까지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카드업계도 강력한 도전자다.
삼성카드는 'Gift카드'란 상품을 내놓았다.
2백만개나 되는 카드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면에서 뛰어나다.
통신업계의 선두주자인 KT도 선불카드 성격의 월드패스카드를 내놓고 백화점 상품권에 도전하고 있다.
문화상품권과 도서상품권도 올해 1천억원어치 이상 팔릴 전망이다.
◆이색상품권 잇따라
주5일근무제 확산으로 외식상품권이 뜨고 있다.
해피21은 베니건스 TGI프라이데이스 피자헛 등 전국 3천여개 식당에서 이용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 구분도 없어졌다.
오프라인 상품권이었던 문화·도서·LG홈쇼핑 상품권 등이 온라인으로 진출했다.
다음상품권은 인터넷쇼핑몰 신세계 이마트 테크노마트 등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미팅·PC방·과외·헤어·보험·보석·속옷·제과 상품권 등 '틈새 상품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율이 시장 키웠다
상품권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시장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상품권은 지난 75년 뇌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발행이 전면 금지됐다가 94년 다시 허용됐다.
첫해 발행액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99년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상품권법을 폐지,발행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상품권 시장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신세계 상품권팀 박종수 팀장은 "상품권 종류가 다양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능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경쟁이 상품권시장을 키워온 일등공신"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엽·이관우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