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이젠 통일경제론을 쓸 때다 .. 김수섭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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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이 북·일 정상회담에서 국교정상화를 추진키로 합의한 데 이어 신의주를 '북한의 홍콩'처럼 개방키로 결정한 것을 두고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말한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위기상황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개방'이라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6월29일 서해교전이 벌어진 이후 불과 3개월이 못되는 기간 동안 숨가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7월의 경제구조 개선 조치,8월의 남북장관급 회담,9월의 북·일 정상회담,경의선 동해선 철도·도로연결공사 착공,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 발표 등 개방의 가속도를 붙여가고 있다.
특히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은 북한이 일본으로부터 50억~1백억달러 규모의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북한의 메가톤급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이 1965년 일본으로부터 5억달러의 대일청구권 자금을 받아 고도성장의 지렛대로 활용했듯이 북한의 경우도 파탄에 빠진 경제를 살리고 경제개혁을 이룰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한이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들어갈 것이 예상됨에 따라 북한특수도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이 신의주 특구를 지정,파격적인 자본주의 실험에 들어가 남한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의 자본이 각축을 벌일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선 단순히 북한 시장을 어떻게 선점하느냐의 단기적인 이익에 매달려선 곤란하다.
개혁 개방의 길로 들어서는 북한 경제를 통일에 대비해 어떻게 남한경제와 상호보완적인 구조로 발전시키도록 하느냐는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북한은 우리에게 동구권 국가나 중국 베트남과 같은 '북방교역'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과의 교역에선 비교우위론에 의한 국제분업의 논리가 통한다.
그러나 통일 경제체제에서는 비교우위론이 발붙일 틈이 없다.
절대우위의 논리만 존재한다.
이는 독일 통일의 사례를 통해 명백해진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동독의 생산설비는 대부분 고철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동서독이 하나가 된 마당에서는 공산권에서 인기를 누리던 동독의 자동차가 서독의 자동차와 경쟁이 될 리 없었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동독의 시민들은 서독으로 러시를 이뤘다.
북한 역시 과거 동독과 마찬가지로 전체 경제에서 중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그런 반면 효율이 낮다.
동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우리는 통일에 관한 한 독일에 한참 뒤졌다.
그러나 통일 이후의 통일비용을 줄이는데는 후발주자의 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남북한이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조정을 서둘러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통일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통일비용 문제다.
이는 한반도 통일의 성공여부는 통일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말한다.
따라서 통일문제는 결국 경제문제다.
이것이 지금 왜 서둘러 통일경제론을 써야 하는지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의 산업·경제분야 정보교류가 절실하다.
상호간에 정보교류가 있어야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어쩌면 개성공단을 개발하는 일보다 이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기원전 49년.율리우스 카이사르(시저)가 루비콘강을 건너는 결단을 내려 자신과 로마의 운명을 바꾸는 데도 정보력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