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미술관.이중섭전시관 年內 문여는데..유화 소장품 없는 '속빈 강정'

박수근미술관과 이중섭전시관이 연내에 개관한다. 박수근 화백의 생가터인 강원도 양구군 정림리에 건립중인 박수근미술관은 다음달 말께,한국전쟁 당시 서귀포에 머물며 작업했던 이중섭 거주지 인근에 세워지는 이중섭전시관은 오는 11월초에 각각 문을 열 예정이다. 그러나 박수근미술관과 이중섭전시관이 박수근과 이중섭의 유화작품을 단 한 점도 소장하고 있지 않아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미술계에서 받고 있다. ◆박수근미술관=양구군이 21억원을 들여 1년간의 공사 끝에 다음달 말 2층 건물의 미술관을 개관한다. 개관 기념으로 소장가들로부터 대여한 유화 10점,박 화백이 생전에 사용하던 안경 등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유품 1백97점 등 3백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박 화백이 한 월간지에 장기간 그렸던 삽화첩도 공개된다. 박수근미술관은 당초 전시관으로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작가와 화랑 대표 등으로 구성된 '박수근선영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정탁영 서울대 교수)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기증,미술관으로 바꿨다. ◆이중섭전시관=이중섭은 1951년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서귀포에서 1년 가까이 살며 '황소''게와 아이들''해변의 가족' 등 그의 대표작들을 남겼다. 서귀포 시는 10억여원을 들여 이 화백 거주지의 바로 뒤편에 지상2층 규모의 전시관을 세워 11월초 문을 열 예정이다. 이중섭 거주지는 50년대 제주 전통초가로 복원됐고 주변 도로는 '이중섭 거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서귀포 시는 개관 기념전으로 개인소장가나 미술관으로부터 대여한 1백여점의 작품을 보여줄 방침이다. ◆문제점=미술계에서는 박수근 이중섭의 대표작이 없는 미술관과 전시관은 있으나 마나하다는 반응이다. 인사동의 한 화랑 대표는 "해당 지자체들이 전시장의 알맹이는 전혀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추진한 것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단순한 의도"라고 지적한다. 양구군과 서귀포 시는 내년부터 2억∼4억원 정도의 예산을 책정,매년 작품 구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박수근과 이중섭의 유화는 작품당 2억∼5억원에 이르는 고가인데다 매물로 나오는 작품도 별로 없어 구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작품 구입이 어려울 경우 장기대여 형태로 전시관을 운영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박수근 이중섭 작품 소장가나 미술관들이 미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지자체에 소장품을 장기 대여해 줄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이중섭전시관의 경우 개관 기념전에 이 화백의 유화 대표작들을 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