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Money] 큐레이터 '쥐꼬리 월급'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일하는 큐레이터(curator)는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전문직종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석사 학위소지자나 외국에서 공부한 경력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큐레이터들이 받는 임금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고학력에 저임금'이 우리나라 큐레이터의 현주소다. 전국의 국·공립·사립미술관과 상업화랑에서 근무하는 큐레이터는 7백∼8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미술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는 준공무원 또는 기업체 직원 대우를 받고 있어 급여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문제는 상업화랑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다. 강남의 한 유명 화랑에서 근무하는 김모씨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3년차 큐레이터.30대 초반인 그가 받는 연봉은 1천8백만원이다. 일반 기업에서 기업주가 일부 보조해주는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에 대한 혜택은 물론이고 퇴직금도 없다. 각종 세금을 공제하고 그가 실제 손에 쥐는 급여는 월 1백20여만원에 불과하다. 고객이 오면 커피 대접하고 홍보자료 돌리고 작가 작업실에도 가야 하는 등 자신이 큐레이터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 어떤 때는 구분이 안 간다고 말한다. 김씨는 "그래도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기 위해 자주 외국을 드나드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김씨의 급여나 근무 여건은 그나마 괜찮은 편에 속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큐레이터 커뮤니티에 접속하면 '연봉이 최소 1천만원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올라 있다. 이들이 현재 받는 월급이 월 1백만원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사동 S화랑의 한 큐레이터는 "아예 월급도 없는 큐레이터가 수두룩하다"고 털어놨다. 큐레이터의 급여가 이처럼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것은 국내 미술시장의 장기불황 탓이다. 한 화랑 대표는 "매달 1천만원 가까이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큐레이터의 급여를 올려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큐레이터의 수급이 불균형 상태인 점도 또다른 요인이다. "봉급은 안 줘도 되니 큐레이터로 채용만 해달라"는 큐레이터 구직자들이 수백명에 달하다 보니 화랑 주인들은 큐레이터의 처우 개선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겉으론 화려한 것 같지만 실제론 '막일꾼'에 '쥐꼬리 급여'를 받고 있는 게 우리나라 큐레이터들의 현실이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