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택정책 모순 시정을..石琮顯 단국대 교수,한국토지공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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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토의 계획적 체계적인 이용을 통한 난개발 방지와 환경친화적 국토이용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종전의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을 통합하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을 제정했다.
이는 도시지역엔 도시계획법,비도시지역엔 국토이용관리법 적용이라는 이원화된 제도 운용으로 국토가 난개발됐다는 판단하에 비도시지역에도 도시계획법에 의한 도시계획기법을 적용케 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토계획법은 현행 5개 용도지역을 4개의 용도(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9개지역(주거 상업 공업 녹지 보전관리 생산관리 계획관리 농림 자연환경보전)으로 개편했다.
여기서 관리지역은 종전의 준도시지역과 준농림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용도지역이다.
관리지역의 행위제한은 네거티브 방식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했고,개발밀도는 현행 도시의 녹지지역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비도시계획구역을 개발하고자 하는 경우 '선계획-후개발'원칙에 의거, 상세한 계획을 수립하고 개발해야 하는 새로운 계획기법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동법 제49조에서 제2종지구단위계획제도를 도입했다.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은 의무적으로 기반시설부담구역으로 지정해 충분한 기반시설이 설치되도록 유도하고 용적률 등을 완화시켜 계획적 체계적 관리수단으로 활용케 하기 위한 용도구역이다.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 규모는 주거단지의 경우 30만㎡이상으로 하고,건폐율 용적률은 당해 용도지역의 한도보다 1.5배까지 완화해 적용된다.
그런데 이 같은 주거단지 규모와 건폐율 용적률에 관한 규제를 하는 것은 현실성을 무시한 것으로 그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건설업자들은 종전의 준농림지역제도하에서도 3만건의 공장건립과 30만호의 주택을 건설해 제공하는 등 정부의 주택정책 실현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런데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의 행위규제에 따르면,민간부문의 택지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준농림지역이 농지 및 산지로서 30만㎡ 이상의 면적으로 형성된 지역을 찾아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구역지정 기준을 30만㎡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게 되며,'탁상공론적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설사 구역지정기준을 충족하는 부지가 있다 하더라도 개별기업이 사업을 단독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구역지정기준이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다면,입법적 결함을 의미하고,이는 합헌적 법치 관점에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의 사업추진에 대해 국토계획법은 기반시설의 배치와 규모 환경관리계획 교통처리계획 등 난개발 방지를 위한 제반 계획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이 경우 기반시설의 설치나 비용부담은 개발사업자가 부담한다.
따라서 과도한 규제→개발비용의 상승→사업추진의 사실상 불가능 또는 과도한 규제→개발비용의 상승→주택가격의 상승 등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되며,이는 동법의 입법목적인 계획적 개발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생긴다.
더욱이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는데도 올 들어 서울지역의 아파트건설 물량 비중이 크게 감소한 것은 아파트건설용 택지가 부족한데 기인한다.
게다가 도시지역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대한 용적률 등 건축규제로 인한 사업환경의 악화 등은 아파트 가격상승폭을 크게 할 뿐이다.
이처럼 정부는 아파트가격 상승을 불가피하게 하는 기반시설부담금제,제2종지구단위계획제도 등을 도입하면서도,한편으로는 '9·4주택시장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서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은 중장기적으로 수급 균형이 전제돼야 하며,수요가 있는 경우 공급이 수반돼야 효과적인 대책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택수급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법제적 장치 마련이 그 전제가 돼야 함이 자명한데,국토계획법제는 오히려 규제강화로 민간개발업자들의 공급시장 참여를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
이처럼 모순된 주택정책의 시정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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