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받칠 매수주체 없다..기관.외국인 '돈줄' 막히고..개인도 힘빠져

주식 수요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증시 큰 손인 외국인과 기관의 '돈줄'이 막혀버렸다. 외국인은 미국-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세계 증시의 심장부인 뉴욕 증시의 눈치를 살피느라 잔뜩 움츠려 있다. 주식 매수기반인 미국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일어나 주식을 팔기에 바쁘다. 신규자금의 유입이 끊긴 국내 기관들도 팔짱만 끼고 있는 양상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연일 실탄을 소진,증시 활성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매수주체 실종은 미 증시 불안과 맞물리면서 23일 종합주가지수는 680선 아래로 떨어졌다. 추석연휴 이후 연말 배당투자 등을 겨냥한 신규 매수세를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외국인은 올들어 8월까지 5조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차익을 실현할 만큼 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아직 '컴백'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께 6일 연속 '사자'에 나서는 등 매수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최근들어 다시 매도우위로 돌아섰다. 이같은 외국인 매매동향은 시장의 불확실성(미-이라크 전쟁 가능성,미국 경제둔화 우려등)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외국계 펀드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증시의 최대 자금줄인 미국의 주식형 펀드에서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1주일 동안 63억달러가 감소했다. 이같은 자금유출 규모는 주간 단위로 지난해 9·11테러 직후의 주간 단위 순유출(59억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들어 세계증시의 시가총액 감소와 자금이탈에 따른 펀드자산 축소를 감안하면 지난 1주일 동안 순유출된 63억달러는 엄청난 금액"이라고 말했다. 국내증시와 관련이 깊은 이머징마켓펀드에서도 올들어 지금까지 1억7천7백만달러,글로벌펀드에서는 5억달러가 각각 빠져나갔다. 이원기 메릴린치 서울지점 상무는 "홍콩 싱가포르 등의 외국계 펀드들이 현금비중을 확대한 채 한국증시의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지만 전세계 증시 불안이 지속되자 그 시기를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신=투신 보험 은행 등 국내 기관은 요즘 손을 놓고 있다. 지난 3∼5월 월평균 5조∼6조원에 달했던 기관의 거래대금은 8월 3조원대,이달들어선 2조원대로 급감했다. 이춘수 대한투신 주식운용팀장은 "특별히 환매(자금인출)가 없는데다 신규 자금도 들어오지 않고 있어 매매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대부분의 투신사들이 현 상황에서 저가매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지수 700선이 무너지자 기관들은 거래소 시장에서 지수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순매도 5백37억원을 포함해 모두 1천2백40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기관의 로스컷(loss cut:손절매)에 따른 매물부담도 다시 우려되고 있다. 이날 연기금은 1백52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연기금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일부 투자자문사들이 추가손실을 막기 위해 로스컷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개인이 외국인·기관의 매도물량을 소화해내고 있지만 시장을 떠받치기엔 역부족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반인들은 이날 거래소 코스닥 두 시장에서 모두 2천2백5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13일 이후 6일동안 순매수 금액이 8천3백억원에 달했다. 일반인의 이같은 저가매수로 인해 고객예탁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개인의 매수여력이 그만큼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주식을 사고 결제하지 않는 미수금 잔고도 최근 사흘간 1천4백억원 늘어나는 등 투기적인 매수세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