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바뀐 大生] '새 주인된 한화...향후 과제는'

대한생명이 우여곡절을 거쳐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정부가 공개입찰을 통한 매각방침을 발표했던 1999년 3월 이후 3년6개월여 만이다. 정부는 최근 서울은행에 이어 대한생명 매각을 성사시킴으로써 금융 구조조정의 두가지 난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성과를 올리게 됐고, 한화그룹은 보험업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뤘다는 점에서 '윈-윈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판까지 계속된 '가격 논란'을 어떻게 극복해 낼지가 정부와 한화의 남은 과제다. 대생 경영을 떠맡은 한화가 조기에 경영정상화를 이뤄 수익력을 높이는 것만이 '헐값 시비'를 극복하는 요체라는 지적이다. ◆ 주목되는 네트워크 효과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을 한화증권과 한화투신운용 등 기존 금융계열사들의 영업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가 대생 매각 조건으로 여신을 통한 한화 계열사 지원은 차단했지만 대한생명의 자산을 한화증권이나 투신운용이 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건을 달지 않았기 때문이다. 뚜렷한 주력산업이 없는 한화가 높은 가치를 지불하고도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이유는 결국 대한생명을 미래 주력산업인 금융산업 활성화의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조기 경영정상화에 주력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을 조기에 경영 정상화해 증권 투신운용 파이낸스 등 기존의 계열 금융회사와 연계시켜 '종합금융 서비스'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화그룹으로서는 한화종금 충청은행 등 금융회사 경영에서 좌절을 맛본 것과 관련해 제기돼온 '경영 자질론'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금융연구원 정재욱 연구위원은 "예보가 이사와 감사 임명권을 보유하게 된 만큼 정부는 향후 대생의 경영투명성을 높이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화는 이와 관련, 일단 대한생명의 기존 임직원들을 최대한 활용해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본계약과 정산이 끝나는 다음달 중순 무렵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핵심 임원진을 파견, '한화 색채 덧입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 CEO로는 보험감독원장과 국민은행장을 역임한 박종석 그룹부회장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을 지낸 진영욱 한화증권 사장 등 한화 내부 인사와 함께 금융분야 경험이 풍부한 S생명 K부회장 등 외부 전문경영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 보험업계 판도 바뀔 듯 한화의 대생 인수는 생.손보업계 판도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한생명은 지난 4∼7월중 2조9천9백67억원(시장점유율 19.5%)의 수입보험료를 기록,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총자산 규모면에선 26조3천억원으로 교보생명에 이어 3위에 올라있는 등 대한생명과 교보생명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생명은 그동안 개인영업에 강세를 보여온 반면 교보생명은 전통적으로 법인영업이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대한생명이 한화로 인수되면 법인영업이 강해지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한생명측은 "대주주가 한화로 바뀌더라도 보험계약이 모두 유지되는 만큼 가입자들의 만기 보험금 지급 등에는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태.정태웅 기자 steel@hankyung.com ----------------------------------------------------------------- [ 대생 매각일지 ] 2001년 9월 예보 40여개 업체에 인수제안서 발송 10월 한화컨소시엄 메트라이프 대생실사 착수 12월 한화, 대생가치 7천억원으로 평가한 제안서 제출. 메트라이프 공적자금 1조원 추가투입 및 풋백옵션 요구 2002년 2월 예보, 대생가치 1조2천4백억원 제시. 한화, 메트라이프와 협상 시작 3월 메트라이프 입찰 포기. 한화, 예보 대생가치 1조6백억원 합의 4월 대생, 2001 회계년도 실적 호전 6월 메릴린치, 대생가치 9천7백90억~1조9천5백80억원으로 평가. 공자위, 한화를 우선협상자로 선정 8월 예보.한화, 대생가치 1조4천2백억원으로 의견 접근 9월 대생가치 1조5천2백억원으로 상향조정 9월23일 대생가치 1조6천1백50억원에 합의. 공자위 지분 51% 매각 승인